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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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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칼럼] 환경만 좋은 곳은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11 10:07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얼마전 한 건설사 클라이언트와 실거주 아파트 입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라이언트분은 몇 년전까지 역삼동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집값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시세보다 조금 싸게 매도하고 미사강변도시에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로 입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위례 힐스테이트에 당첨되어서 2년 후에 북위례로 이사를 할 거라고 한다.

왜 강남구 역삼동에서 하남시 미사강변도시로 이사를 선택했는지 질문했다.

아이 두명 모두 대학에 입학을 했기 때문에 굳이 강남 학군 좋은 곳에 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그 분의 답변이었다.

업무차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방문했다가 공기도 좋고 평온해 보이는 단지가 있어서 실제 집을 보고 한강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맘에 들어서 바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거주 만족도야 말로 어떤 금전적인 프리미엄 보다도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의 입지와 상품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 보다 더 좋은 거주지, 아파트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강이 보이는 것은 좋은데 북향이라서 겨울과 여름에 조금 불편하다고 거주 후 평가를 하였다. 그래서 위례 힐스테이트는 남향집으로 선택을 하셨다고 한다.

잘 하신 선택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향에 민감하신 분들은 무조건 남향집이어야 한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불편하면 주거 생활 전체가 불편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남향집은 여름이 햇빛이 적게 들고 겨울에 햇빛이 더 많이 든다. 풍수지리를 고려한 대한민국 최고의 발명품이 바로 남향집이다.

이런 실거주 아파트 입지 선정에 대한 이야기 들을 계속 이어가는데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살짝 지으시더니 역삼동 집을 매도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하셨다. 하남시로 이사를 온 직후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2018년 동안 강남구 10년차 이하 신축 아파트들은 대분분 50% 이상 상승을 했었다. 결국 이 상승기 직전에 강남구를 떠난 후회를 하셨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다시 질문을 했다. 역삼동 아파트 생활이 실제 불편했었는지 말이다.

중층 아파트 3층 세대였는데 앞 동이 가려져 있어 조금 답답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하남시 한강이 보이는 새아파트를 보고 난 뒤로 그대로 새 아파트가 마음이 꽂혔던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보다 공기가 좋잖아요."라고 하시길래, 가벼운 농담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공기만 좋은 곳이 좋습니까?"

물론 하남시 지금 아파트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역삼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도보권에 모든 생활여건이 있는 지역의 장점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몸에 익숙해 지면 당연한 것으로 알게 되니까.

그런데 그런 기반시설이 좋은 곳에서 거주하다가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곳으로 가게 되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 만큼이 바로 프리미엄이다.

생활 기반시설에 대한 프리미엄은 출퇴근만 하는 남자분들에게는 그 느끼는 강도, 즉 민감도가 떨어진다. 아파트 입지 선택 시, 아내 분들에게 꼭 결재를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0년대 초반 전원주택 붐이 대단히 선풍적이었다. 지금도 아무도 전원주택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가평, 양평, 홍천, 여주 등에 전원주택 부지 매도 방법에 대한 문의와 토지 매도에 대한 문의가 꽤 많이 오고 있다.

대부분 희망적인 답변을 못드리고 있다.

공기만 좋은 곳은 좋은 공기가 필요할 때만 이용하면 된다. 사람은 공기로만 살 것이 아니오, 미세먼지가 많은 곳에 아직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

공기 좋은 쪽을 개발하여 공기를 나쁘게 하기 보다는 공기 나쁜 쪽을 어떻게 하면 공기를 좋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내 좁은 의견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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