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07.11 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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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륙법계 법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을 구분해서 처리해 왔다. 조선시대에도 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민법과 형법이 따로 존재했다. 완벽한 민ㆍ형사의 구분은 아니겠으나, 형사사건은 형조(刑曹)가 주관하고 민사사건은 한성부(漢城府)가 처결해 왔다. 다만, 당시 지방의 형률(刑律)은 감사(監司, 관찰사)와 수령이 민ㆍ형사 사건들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한국 법체계는 이런 전통적인 구분이 크게 무너지고 있다. 형법이 아닌 행정법 등에서 과잉 형사범죄화(over-criminalization)가 심각한 지경이다. 과잉형사범죄화는 형사법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다. 특히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부분이 ‘과실’로 인한 사고일텐데, ‘미필적 고의’가 있다 해 살인죄보다 무겁게 다스린다.

악명 높은 배임죄가 있다. 상법 제622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는 어느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의 위임을 받은 사용인이 그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임무위배’가 범죄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우스개 소리로 골프칠 때 오른쪽 슬라이스 내면 임무위배고 좌측으로 훅이 나도 임무위배로 배임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법조 실무에서는 기업인에게 마땅히 적용되어야 할 상법 제622조를 적용하지 않고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를 적용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왜 상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하는가 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3조 조문상 상법 622조 위반은 가중처벌에서 누락됐고 형법 제356조 위반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 배임죄를 범한 사람의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을 하는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꼼수고 법학 해석에 있어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원칙, 즉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최근에 법무부는 특경법 시행령을 고쳐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 등의 취업제한을 추가했다(2019년 11월 시행). 승인 없이 취업한 자와 해임요구 불응 기업체의 장(長)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경법 위반자에 대해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중요한 내용을 본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규정한 것 자체가 죄형법정주의원칙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최근 개정된 많은 법률에서 기업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기업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처벌될 수 없는 범죄다. 근로기준법 제110조(벌칙)에 보면 동법 제50조(근로시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벌칙)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자(2019년 7월 16일 시행)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최저임금법 제28조(벌칙)에 보면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화학물질관리법 제7장 벌칙에 보면 사업주의 화학물질관리 책임을 위반하면 1년 내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9장 벌칙에 보면 안전ㆍ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가 처벌되는데 형량은 1년 내지 7년 이하 징역이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위반 기업인도 처벌된다. 이 법 제8장 벌칙에 보면 화학물질 등록, 신고 등 의무 미이행 등 기업인에 대해서는 1년 내지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기업인 처벌이 논의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89조(벌칙)를 개정하여 오염물질 측정결과를 조작한 경우 과태료(500만원 이하)를 징역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위에 열거한 각 법률들의 세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이렇게 대접하고서도 일자리 열심히 만들라고 말 할 염치가 있을까.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형벌이 아닌 손해배상과 과태로 처분으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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