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피해주’ 전락한 한전...오락가락 정부 탓에 올해 24% 급락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6.26 07: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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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펀드매니저들 "사실상 투자 매력도 제로" 펀드에서 잇따라 제외

▲한국전력.


국내 대표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정책 피해주’로 전락하면서 국내외 펀드매니저들로부터 계속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펀드에서 한전을 제외한데 이어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ESG 에코 리더스 100 지수에서도 한전은 아예 빠져있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한전 주가를 발목잡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유틸리티 관련주와 비교했을 때도 투자 매력도가 낮을 뿐더러 정부가 펼치는 전기요금 정책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한전·한전KPS 주가 곤두박질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전은 전일 대비 1.34% 내린 2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 주가는 올해 1월 2일 3만4050원에서 이달까지 24% 급락했다.

한전KPS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일 대비 4.86% 하락한 3만13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3만1200원(-5.02%)까지 내려갔지만, 장 막판에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를 다소 방어했다.

▲연초 이후 한전 주가 추이.


이날 원전 관련주가 흔들린 것은 전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EA)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정비사업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수원, 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 에너지’와 5년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향후 5년간 UAE 원전 1~4호기에 대해 경상 및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하는 장기정비사업계약(LTMSA)이다. 그러나 한수원이 당초 목표로 했던 단독·일괄수주에 성공하지 못한데다 계약기간도 당초 시장 기대치인 15년에 크게 못 미친 5년으로 결정되면서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UAE 원전 정비계약은 마무리됐지만, 기간이나 금액 모두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관련 매출액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21년부터 발생하면서 목표주가도 기존 4만6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 ‘환경도, 지배구조도 글쎄’...글로벌 ESG 지수 외면


문제는 단순 일회성 이슈뿐만 아니라 재무적, 비재무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도 한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국내외 펀드 시장에서 한전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 영국 자산운용사 ‘리걸앤제너럴’은 ESG 펀드 중 하나인 ‘미래세대펀드’에서 한전을 제외했다. 이 운용사는 세계 전력 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고려해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전의 경우 중국건설은행, 일본 자동차 업체 스바루 등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뒤처진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거래소가 산출하는 ESG 지수 중 ‘환경’ 관련 지수에서도 한전의 이름은 빠져있다. 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발표하는 ESG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해당 지수에 종목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거래소가 내놓은 ESG 지수는 △ ESG 통합점수 우수기업 150종목으로 구성된 KRX ESG 리더스(Leaders) 150 △ 지배구조 점수가 높거나 개선세를 보이는 100종목을 구성한 KRX 거버넌스 리더스(Governance Leaders)100 등이 있다.

▲(주: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전략 의미.)(자료:한국거래소)


이 중 환경 점수가 높거나 환경점수가 개선세인 100종목을 편입한 KRX 에코 리더스 지수에서 국내 대표 에너지 관련주인 한전이 제외된 점이 눈길을 끈다. 에코 지수에는 신한지주(2.89%), 삼성전자(2.69%) 등이 편입돼 있다. 거래소 측은 "에코 지수는 그간 환경 관련 점수가 최근 3~5년간 얼만큼 성장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한전은 환경 요소를 점수로 따졌을 때 다른 기업에 비해 성장률이 높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통합점수를 토대로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ESG 리더스 150 지수 안에서도 한전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해당 지수 상위 종목을 보면 신한지주(1.65%), LG생활건강(1.51%) 등이 편입돼 있고, 한전은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펀드매니저는 "한전은 국내 전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도 잘 나고 배당도 많이 줘야 정상이다"며 "그러나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다보니 지배구조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절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매니저는 "국내 투자자들은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면서 일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도저히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전은 정책 피해주’ 펀드매니저들 '등' 돌렸다


주목할 점은 펀드매니저들 조차 한전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정부가 전기요금과 관련해 한전의 주주보다는 서민만을 위하고 있기 때문에 한전의 투자매력도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한전은 올해 1분기 6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개편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누진제 개편안을 이사회가 의결한다면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지난 21일 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의결을 보류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ESG 펀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펀드에서 한전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중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펼치다보니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한전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에너지 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미국은 에너지 정책이나 전기요금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긴 호흡으로,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우리나라처럼 정권이 바뀐다고 급격하게 에너지 정책이 바뀌고, 도태되는 측면은 크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유틸리티 관련주는 자연재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과 같은 적자가 지속된다면 한전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를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라며 "정부의 입김이 기획재정부를 통해 한전에 바로 연결되는 구조이다보니 중간에 전문가나 국민들의 의견이 배제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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