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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경영분쟁' 판은 끝났다...국토부 "델타항공 참여 문제없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24 16:52

美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매입후 연일 하락세
델타항공 지분 참여에도 한진그룹 실질적 지배주주 이상無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미국 델타항공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한진칼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한진칼과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소멸된 만큼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델타항공의 주주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강성부 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경영권 분쟁 이슈를 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진그룹주는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33% 하락한 3만1100원에 마감했다. 한진칼 주가는 델타항공이 지분 4.3%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1일에도 15.01% 급락했다.

한진 역시 지난 21일 8.11% 하락한데 이어 이날에도 4.98% 내린 3만5000원에 마감했다.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0.66% 내린 3만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우선주인 한진칼우와 대한항공우도 각각 11.79%, 8.11% 급락했다.

▲최근 한 달간 한진칼 주가 추이.


미국 최대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델타항공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0%를 확보했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뒤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연일 한진그룹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진칼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17.84%)을 비롯해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2.30%) 등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28.9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델타항공 지분까지 포함하면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33%를 넘게 된다. 만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추가로 매입할 경우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38.93%로 확대된다. 현재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지분율은 15.98%에 불과하다.

여기에 만일 소액주주가 5~7%를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총 발행 주식 수의 45%까지도 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회사·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이사직을 즉시 상실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는데, 오너일가 외에 7%의 일반 주주가 조 회장 일가를 지지하면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이 점을 감안하면 오너일가가 소액주주 7%의 표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도 델타항공의 지분 참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사업법 제54조(외국인 국제항공운송사업의 허가) 1항을 들어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으로 대한항공의 운송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항을 보면 국토부는 △ 대한민국 국민인 아닌 사람 △ 외국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 외국의 법인 또는 단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사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즉 외국 자본이 국내 항공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국내 항공사의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


한진칼은 3월 말 기준 대한항공 지분 29.62%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만일 델타항공의 지분을 제외하고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지분이 28.94%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 대표가 지분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한진칼 지분 4%를 보유 중인 델타항공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진칼 대주주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델타항공이 사실상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최종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델타항공이 4.30%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도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조 회장 일가로 변함이 없기 때문에 지배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지배는 주주로서, 주주 단독의 의사로 주주가 갖고 있는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며 "델타가 4.30%를 갖고 있다고 해서 한진칼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난입해 델타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대한항공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일 델타항공이 지분을 10%까지 늘린다고 해도 이사회에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며 "물론 그런 행동들을 하기에는 10%라는 지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배력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우리 역시 델타항공의 행보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KCGI가 추가로 지분을 늘린다고 해도 조 회장을 이길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가 이달 17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캘거리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하며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주가가 급락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조 회장 일가와 강 대표 간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호텔사업 매각 등 기업가치 개선 효과도 다소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의 경우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 이슈 소멸, KCGI 보유 지분의 오버행 해석 전환 등에 무게가 더 실리면서 추가로 조정받을 수 있다"며 "지주사의 일반적인 순자산가치(NAV)를 고려하면 2만5000원까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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