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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 복귀 500일...9년 전 이건희처럼 위기 '정면돌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18 14:38

대내외 위기속 기술·투자 강조 ...경영철학·승부사 기질 부친 닮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글로벌 경영 환경 점검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어떠한 경영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

19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500일이 되는 날이다. 이 부회장은 석방되자마자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지금까지 ‘위기 관리’로 요약된다. 해외 거래처 만남, 기업인 간담회, 생산 라인 가동식, 글로벌 전략회의 점검 등 경영 전반을 쉴 틈 없이 챙기고 있다.

석방된 후 한 달에 한 번꼴로 4차례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 미주, 인도, 일본 등을 찾아 주력 사업인 반도체,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까지 공을 들였다.


◇ 기술 개발·투자 중요성…'
정면 돌파' 주문

이 부회장은 다시 한 번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주요 사장단을 3차례 소집하며 위기 경영에 나섰다. 특히 지난 14일 스마트폰과 5G 이동통신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을 모은 회의 자리에서는 "다시 창업"을 이야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등 IM 부문 사장단에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이에 따른 화웨이 사태 장기화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처방과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행 기술·신규 서비스 개발 등 중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13일엔 반도체·부품을 담당하는 DS 부문 경영진과도 회의를 가졌다. 지난 1일 회의 이후 불과 2주만이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에 흔들림 없는 투자 집행을 당부하며 향후 반도체 사업의 전망과 위기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 AMD와 그래픽 프로세서(GPU) 기술을 위한 전략적 관계를 맺는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챙겼다.


◇ 9년 전 이건희도 '
정면 승부'…"다시 시작해야"

경영 전면에서 위기 경영을 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9년 전인 2010년 퇴진 선언 23개월 만에 위기론을 주창하며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닮아 있다.

이건희 회장도 당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취임 일성을 대신했다.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이 회장이 위기를 언급하면서 삼성전자는 강해졌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씩 도약했다. 이 회장 복귀 이후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15조 원, 매출 150조 원 이상의 기록을 세웠다. 2009년 연간 영업이익 10조 9300억 원, 매출액 136조 3200억 원이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2010년 각각 17조 3000억 원, 154조 630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2011년에는 16조 2500억 원, 165조 원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여기에는 위기 때마다 발휘된 이건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 이 회장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경영 복귀 49일 만인 2010년 5월 11일 향후 10년 간 친환경·헬스케어 '신수종 사업'에 23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후 6일만인 5월 17일에는 반도체 11조 원, 액정표시장치(LCD) 5조 원 등 시설·연구개발(R& D) 투자 8조 원을 포함해 모두 26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당시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4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오는 2030년까지 향후 12년간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이는 이건희 회장과 당시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 육성 계획을 담은 ‘비전 2020년’이 나온 지 9년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선보인 첫 장기 청사진이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500일.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답을 찾는 감각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삼성전자가 어떤 위상과 모습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서도 뚝심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 후 보이고 있는 공격 경영이 말 그래도 ‘새로운 창업’, ‘새로운 도약’의 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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