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없는 YG엔터'...국민연금 '주주권' 목청 높일까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6.17 18: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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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 주요 수익원 ‘흔들’..."역대 오너리스크와 차원 달라"
‘지분 5% 보유’ 국민연금, 지분 줄이고 주주 행동주의 강화할듯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사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사진=연합)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꾸려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들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하게 수사하겠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가운데 이 회사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오너리스크다"라고 평가하며 국민연금이 주주 행동주의를 강화하거나 지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YG엔터는 전 거래일 대비 1.86% 내린 2만8950원에 마감했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장 마감 후 YG 내 모든 직책과 업무에서 사퇴한다고 밝히면서 장 초반 4%대까지 올랐지만, 민갑룡 경찰총장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면서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YG엔터 주가는 빅뱅 전 멤버 승리의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으로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올해 2월 26일(4만5400원)부터 이날까지 36% 넘게 급락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는 82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연초 이후 YG엔터 주가 추이.


증권가에서는 YG엔터에 대해 "기업가치나 주가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들의 경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다고 해도 경영이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이번 YG엔터 사태는 그간 있었던 오너리스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올해 초 승리의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을 때만 해도 소속 연예인의 ‘일탈’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수사의 칼날이 양 대표 프로듀서와 YG엔터로 향하면서 어디까지 사태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 마약 의혹 등 소속 연예인들의 각종 마약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양 대표 프로듀서는 물론 양민석 대표이사도 동반 사퇴하면서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 흔들리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수많은 대중들이 등을 돌리면서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수익원인 콘서트 관객은 물론 음원·음반 제작 등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양 대표 프로듀서는 YG 연습생 발굴부터 관리, 음악과 영상 등 모든 음원 콘텐츠를 직접 관장할 정도로 핵심인물인 만큼 그가 물러난 이후에도 회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YG엔터는 사실상 양 대표 프로듀서가 키운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누가 이 사태를 수습하고 기업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YG엔터는 다른 경쟁사와 달리 보유 현금이 많고, 재무구조가 우량해 청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겠지만, 당장 이익을 못내는 상황에서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현금성 자산에 대한 가치가 온전히 인정받을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YG엔터의 행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YG엔터 주식 110만6239주(5.66%)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경쟁사인 에스엠의 경우 KB자산운용(7.59%)을 비롯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13%), 미래에셋자산운용(5.01%)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YG엔터의 주주들은 전략적투자자(SI)가 대부분이어서 국민연금 홀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YG엔터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요구하고, 보유 지분율을 축소하는 등 보다 공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YG엔터테인먼트 3월 말 기준 주식 소유 현황.(자료=YG엔터 분기보고서)(주: 그레잇 월드 뮤직 인베스트먼트(Great World Music Investment Pte.Ltd)는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조성한 펀드로, 2014년 10월께 YG엔터와 맺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만기가 오는 10월 도래함.)


실제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는 투자기업 중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포커스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작성하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주로 이름을 올린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 같은 경우 사회적인 책임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비중을 줄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도 투자를 할 때 재무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도 많이 고려하는 만큼 국민연금 역시 YG엔터를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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