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전을 들고있어?"...투자자들 외면받는 서러운 17위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6.13 07:59:33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까지 겹쳐 실적 '곤두박질'
공모펀드에서도 계속 비중 낮아져 ‘존재감 제로’

▲한국전력.


국내 대표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이 탈원전 정책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물론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앞두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데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주식형 펀드 내 한전의 비중을 최대한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률 방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현재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르고 있고 원전가동률도 하락했기 때문에 지금이 ‘저점’이라는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조언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1027개 가운데 한전 편입 비중은 1.35%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한전은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2016년만 해도 전체 펀드 내 한전을 4~5%씩 편입하며 수익률을 방어했지만, 현재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한전을 담은 펀드들의 상당수는 벤치마크(BM) 지수와의 괴리율을 줄이기 위해 ‘형식상’ 편입한 것으로, 한전의 매력도나 펀더멘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전은 현재 국내 시가총액 17위의 상위종목이기 때문에 코스피200 등 다른 지수와의 괴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을 편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자산운용의 ‘착한아이예쁜아이증권자투자신탁’의 경우 한전 비중이 0.45%에 불과했고 하나UBS꿈나무증권자투자신탁은 0.15%에 불과했다. 주식형 펀드 가운데 한전 비중이 5.57%로 가장 높은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는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화 사업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MKF 그린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로, 해당 종목의 펀더멘털을 보고 펀드매니저가 자체적으로 종목 비중을 결정하는 일반 액티브 펀드와는 거리가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한전에 대해 유가, 환율, 누진제 개편에 원전 가동률 하락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깜깜’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3월 21일 1129원에서 이달 12일 현재 1183원으로 54원 오르면서 한전의 연료비 부담 역시 더욱 가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한전의 연료비는 약 1600억원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인 ‘원전’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도 못 올리게 하고, 여름철 누진제까지 완화하겠다는 현 상황에서 한전의 투자 매력도는 사실상 제로다"라며 "신재생에너지 역시 현 정부 들어 말만 많이 하고 제대로 추진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역시 최근 KRX 고배당, 코스피 고배당, 코스피 배당성장 등 3대 배당지수에서 한전을 모두 제외했다. 이들 지수는 배당수익률과 배당성장성이 양호한 종목들을 편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1조1745억원을 내며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지수에 편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초 이후 한전 주가 추이.


이렇듯 최근 한전 주가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해 들어서는 22% 급락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2만4500원까지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찍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올해 들어 한전 주식을 각각 1350억원, 132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정부 정책에 유가, 환율이라는 대외적인 요인까지 맞물린 만큼 주가와 실적이 언제쯤 반등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 당기순손실이 5033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전도 규제 기업이기 때문에 규제상 보장받는 이익의 레벨이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걸 전혀 해주지 않고 있다"며 "2015년, 2016년 한전의 실적이 좋았을 때는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이익을 적절히 조정했는데, 지금은 순손실이 1조원이 나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주가가 저점이라는 관점으로 주식을 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서 한전 주가가 역사상 저점이라는 분석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이므로 사실상 언제가 '저점'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올랐음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봤다"며 "그러나 그때는 원전을 잇따라 건설하면서 향후에 발전단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역발상 투자가 먹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는 유가나 환율, 정부 정책 등 한전을 둘러싼 요건들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자체가 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한전이 원가 공개로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전 권기보 영업본부장은 전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르면 하반기부터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의 모든 정보를 거의 다 공개할 계획이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의 요금 구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하는 조치로, 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사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기요금이 모두 올라야 하는데, 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가스공사 등 다른 기업들처럼 규제만큼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미지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