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박혜숙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본부장. |
[에너지경제신문=김민지 기자] "가끔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개그맨 출신다운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 게다가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영리해 보이는 눈빛, 똑부러지는 말 솜씨까지.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쳐났다.
때론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 마냥 다부졌다.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박혜숙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본부장.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단편들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MBC 코미디언 출신의 ‘영업의 달인’, GSK코리아 최초의 여성 영업팀장 등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다.
첫 질문으로 개그맨에서 제약사 영업직원으로 변신한 이유를 묻자, "개그계는 어느 곳보다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강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심각한 우울증까지 생겼다"면서 "그런데 마침 한 건강정보 TV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혜숙씨 같은 성격이면 의약 영업을 해도 잘하겠다’는 말을 듣고 다른 직업을 찾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7년 MBC 코미디언 공채 8기로 입사한 뒤 1998년 MBC 신인 개그우먼 상까지 탔던 박 본부장은 2000년 6월 제약사 영업으로 ‘제2의 인생’을 택했다.
첫 직장은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릴리였다. 박 본부장은 "당시 릴리는 8주간의 신입사원 교육이 있었다. 매일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봤다"면서 "제가 문과(한국외대 서반어과) 출신이다 보니, 생소한 전문용어도 많았다. 매일 밤 늦게 까지 공부를 하면서 의학전문 용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병원 영업은 쉽지 않았다고 박 본부장은 회상했다.
그는 "처음 배정 받은 곳은 가장 힘들다는 일류 대형병원이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병원에 대한 매출이 떨어져서 회사 측에서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입 직원인 저에게 배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개그맨 특유의 친화력과 똑부러지는 일 처리, 성실함을 발휘하며 좋은 성과를 올렸다.
의사들에게 웃음과 친근함을 주는 전략으로 접근했다. 의사들의 정보를 파악한 뒤 영업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고, 개그맨 시절 꼼꼼히 적어 왔던 우스개 노트에서 하나씩 꺼내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 인사할 때 개그맨 출신이라고 저를 소개하면 다들 신기하고 호기심 있게 보신다"면서 "특이한 이력이 병원 영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3년 지금의 회사인 GSK에 스카우트 됐다. 현재 업무는 한국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분야의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82개 대학병원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도 남다른 친화력과 끼를 거침없이 발휘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제가 HIV 분야를 담당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나 잘못된 상식들이 많았다"면서 "이런 잘못된 상식을 깨고 싶다"고 전했다.
에이즈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질병이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 급성증후군 시기를 지나 약 1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면역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한다. 주로 성관계나 감염된 혈액의 수혈, 오염된 주사바늘의 공동사용, 감염된 산모의 임신과 출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그는 "HIV 감염인과 함께 일상생활을 공유한다고 해서 HIV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신체 접촉으로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체액이 교환되지 않는다"면서 "지난 5월 에이즈학회에서 주최한 연수 강좌가 있었는데, HIV 간염인은 이제 에이즈로 죽지 않는다. 늙어서 죽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약만 잘 복용하면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제약사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조언도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내가 영업을 잘 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숫자에 대한 압박, 사람 관계에서의 압박을 잘 견딜 수 있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여기에 계획성이 있는 일 처리와 유머감각은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