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손해보험) |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등 주요 5개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은 48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5% 감소한 6916억원에 그쳤다.
나홀로 실적이 개선된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한화손보의 실적 부진은 확연하다. 한화손보의 순이익은 10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5.6%나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164억원에 그쳤다. 이는 폭염과 화재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농협손해보험(-77.4%)에 이어 두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이밖에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230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3% 감소한 것으로 기록됐다. 현대해상은 773억원, KB손보는 569억원으로 각각 27.1%, 16.8% 줄었고, DB손보도 992억원을 기록하며 13.2% 감소했다.
손보사들의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먼저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이 꼽힌다. 올 1분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DB손보(-1.1%)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했다. 한화손보의 손해율은 88.5%로 지난해보다 6.4%포인트 올랐다. 5대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화재는 85.1%로 3.7%포인트, 현대해상은 80.4%로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적정 손해율인 77∼78%를 웃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까지 앞다퉈 보험료를 인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정비수가 인상과 표준약관 개정 등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고 충분한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손해율이 악화됐다. 메리츠화재도 손해율이 78.8%에서 81.6%로 2.8%포인트 올랐지만 자동차보험의 비중이 높지 않기에 영향이 적어 오히려 실적은 개선됐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이 급등한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한화손보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98.4%로 지난해보다 5.8%포인트 상승했다. 현대해상은 95.5%로 4.2%포인트 올랐고, 삼성화재도 지난해 80.7%에서 82.7%로 1.7%포인트 악화됐다. 또한 시장포화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업비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밖에 자산운용 투자이익도 줄었다. 한화손보의 투자이익률은 3.19%로 지난해(3.93%)에 비해 0.74%포인트 감소했다. 현대해상도 3.5%에서 올 1분기에는 3.31%로 0.2%포인트 줄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악화되면서 손보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한화손보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이 비교적 좋았기 때문에 올 1분기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손보사들은 내달까지 자동차 보험료를 1.0~1.6% 인상할 계획이지만 향후 실적 전망 역시 어둡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 수준의 인상 만으로는 손해율 상승폭을 상쇄할 수 없고, 손보업계가 전반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장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손보는 오는 2분기 가장 큰 폭으로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보사로도 지목됐다.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한화손보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6.4%, 32.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손보는 지속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투자 부문 수익률 하락과 더딘 손해율 개선에 따라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