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삼구 퇴진 10일] 대한항공·아시아나 ‘리더십 공백’ 혼란

여헌우 기자 yes@ekn.kr 2019.04.07 1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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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국내 항공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며 의사 결정 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춰선 탓이다. 양사 모두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는 상태라 위기 극복 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당장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경 등의 수사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앞서 지난 3일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조 사장과 우 부사장은 등기상 대한항공의 공동 대표이사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2015~2016년 직원들의 연차 수당 244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재판 출석도 임박했다. 조 회장은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경우 향후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그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다.

올 6월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진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IATA는 전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 협력 기구다. 올해 행사는 대한항공 주관으로 열려 조 회장이 의장 자리에 앉아 행사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숙제도 한동안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측은 다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일정 수준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박삼구 회장이 떠난 아시아나항공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당장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채권단과 협상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 6일 만료 예정이었던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은 한 달 연장하기로 했지만, 해법을 찾기 힘든 형국이다.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박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오히려 ‘리더십 공백’이 아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년 안에 차입금 상환을 위해 필요한 금액이 1조 원이 넘지만, 사재 출연 등 책임경영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실탄 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굵직한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박 회장이 직접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내부에서 후폭풍도 불고 있다. 회사 핵심 임원인 김이배 전략기획본부장(전무)과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가 사직서를 제출한 게 대표적이다. 한때 한창수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일각에서 흘러나오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27일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되며 대표이사로서의 경영권을 잃었다. 이는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첫 사례다. 다음날인 28일에는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등기이사직에서 모두 퇴진한다고 발표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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