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가 지난 3월 22∼2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
고독사한 노인들의 애환을 담은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를 본 관객들이 "감동적이었다" "최애 오페라다" "또 보고 싶다"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각기 다른 아픈 사연을 가진 5명의 고독사 할머니·할아버지와 이들을 저승길로 안내하는 한 청년이 펼치는 스토리는 공연 내내 ‘웃음 반 눈물 반’ 무대였다.
지난 3월 22~2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 ‘검은 리코더’는 출연진·스태프 100여명이 오랜 시간 준비한 웰 메이드 작품이다. 기존의 비슷한 연출과 의상, 그리고 뻔한 구조를 벗어나 참신하고 화려한 공포 스릴러를 선보였다.
빅히트의 1등 공신인 윤미현 작가의 대본과 나실인 작곡가의 음악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두 사람의 퍼펙트 호흡은 이 작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증명했다.
윤미현 작가는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한 뒤 ASAC 창작희곡공모 대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부산·대전 전국창작희곡공모 당선,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희곡아솟아라 당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등으로 이름을 날렸다. 또 나실인 작곡가는 중앙콩쿠르 입상자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및 박사 수료, 독일 뒤셀도르프 시립음대 디플롬, 국립오페라단·서울시오페라단·TIMF 앙상블·서울시향·KBS교향악단·광주시향 위촉작품 발표 등으로 실력을 쌓아왔다. 작품의 스펙트럼도 넓어 오페라뿐만 아니라 음악극, 발레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가 지난 3월 22∼2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
특히 장을분 할머니와 유인자 할머니의 솔로 부분에선 손수건이 필수품이 됐다.
"날마다 살아도 모든 게 신기하던데. 엉덩이에 똥 묻히고 골목을 돌아다니는 영철이네 개새끼도 반갑고. 어쩔 때는 그 똥구멍도 참 예뻐. 한여름에 쭈쭈바 하나 빨아먹어도 달고. 핫도그에 그 케첩 뿌려 먹는 것도 좋고.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마른 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에 피어오르는 그 흙먼지도. 벌레 먹은 나뭇잎이 거리에 가득 쌓인 것도 좋고." 자식에게 버림받은 ‘현대판 고려장’을 상징하는 장을분 할머니의 노래는 삶의 애착과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간절하게 드러내 뭉클하게 만들었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검은 리코더’가 지난 3월 22∼2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
대중적인 시도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2019시즌 스타트를 끊은 라벨라오페라단의 차기작도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라벨라는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최초로 도니제티의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