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등급 차량?...저감장치 부착하려 전화해도 '먹통'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2019.03.15 11: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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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환경협회 대응 문제있다" 지적
폐차지원금 이미 바닥
환경부 "민원대응 잘못해 죄송"
"추경 추가편성 최대한 노력"

▲A씨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대상 알림 안내 문건.


서울 도봉구에 사는 A씨는 지난달 중순쯤 서울시로부터 ‘당신의 차량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으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운행이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 담긴 우편을 받았다. A씨는 2006년식 카니발을 운행하고 있다. 이 차가 없으면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A씨는 곧바로 저감장치 부착을 위해 한국자동차환경협회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대기음만 들릴 뿐 상담원과 연결을 할 수 없었다. A씨는 여러 차례 상담원과 통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이를 포기하고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홈페이지로 들어가 저감장치 부착을 위한 안내사항을 읽어본 뒤 팩스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저공해 신청서’를 접수했다. A씨는 팩스가 제대로 도착했는지 궁금해 이를 확인하려고 다시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어렵게 상담원과 연결돼 "팩스 도착은 지금 확인해줄 수 없고 접수가 확인되면 문자를 주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하지만 A씨는 열흘이 지나도록 확인 문자가 없자 다시 한국자동차환경협회로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에게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고객님 자꾸 전화하지 마세요. 5월 초에 접수확인 문자 일괄 배송되니 기다리세요." A씨는 상담원의 답변을 듣고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이 들었다. 생업 때문에 매일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데 저감장치 부착은 지금 해줄 수 없고 자꾸 기다리라고 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정말 다급해 전화를 하지만 전화 연결이 안되는 상황도 A씨를 화나게 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B씨 역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한 안내우편을 받았다. 2002년식 쏘렌토를 소유한 B씨는 A씨와 같은 어려운 과정을 겪고 저감장치 부착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조기폐차 권고 차량이라며 폐차를 권유했다. B씨는 아직 차가 쌩쌩해 저감장치를 달고 몇 년 더 운행하고 싶었지만 폐차를 권유받자 얼마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상담원은 "구체적인 금액은 말하기 어렵고 최대 16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새차를 구매하려면 3000만원 가까이 들고 중고차를 구매하려해도 1000만원 가까이 필요한 데 최대 165만원을 준다고 하니 암담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C씨는 5등급 차량대상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폐차를 결심했다. C씨는 2004년식 카니발을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C씨의 경우 폐차를 하고 싶어도 올해 폐차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황당했다.

▲자신의 자동차가 배출가스 몇 등급 차량인지를 알려주는 배출가스등급조회 사이트.


국내 경유차 운전자들이 최근 정부나 환경부에 무척 화가 나 있는 상태다. A씨는 "내가 국내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분위기가 화가 난다"면서 "저감장치를 달려고 해도 정부는 ‘나몰라라’ 식으로 막연하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운행하면 과태료를 물겠다고 하니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냐. 당장 차가 필요한데 죽으라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처럼 저감장치를 부착하려 해도 100% 지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10%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저감장치가 300∼400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30∼40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또 2년 동안 의무 운행기간이 있어 이전에 폐차하거나 저감장치를 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B씨는 "생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차가 필요하다. 160만원의 폐차지원금으로 어떻게 차를 구매할 수 있냐"면서 "우리 같은 서민에 대한 생계마련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폐차하라고 하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C씨의 경우처럼 폐차를 하려고 해도 지자체별로 폐자지원금 책정이 제각각이라 올해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안시의 경우 올해 노후 경유차 폐차 목표를 355대로 책정했지만 현재 1400대가 넘는 차량이 폐차보조금 신청을 했다. 1000대 가까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신세로 내몰리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유차 저감장치나 폐차지원금 신청이 몰려 상담인원을 늘렸지만 대응이 쉽지 않다"면서 "민원인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죄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상담직원을 따로 채용하기 어려워 대행업체를 통해 상담대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미세먼지 특별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직접 연락해도 된다. 폐차지원금도 최대한 추경예산을 요청해 올해 지원금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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