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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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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1심에 이어 2심 패소…경제계 "승복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2.22 16:28

▲기아차 본사.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소송이 접수된 지 8년 만에 나온 항소심 결론이다.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 다만, 인정 금액은 일부 줄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자동차 근로자 가모씨 등 2만 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중식비와 일부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인정 금액을 줄였다. 근로자들은 1심에서 인정된 원금 약 3126억 원보다 1억 원 줄어든 3125억여 원을 받는다.

기아차 측은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부채비율, 유동비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수당,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기간에 대해 기아차 일반·영업·생산·기술직 직원들을 대표한 김모 씨 등 13명이 같은 취지로 2차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지난 2017년 8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청구금액 1조 926억 원 중 4223억 원을 기아차가 지급하라는 게 골자다.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3년 치 임금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1심에 이어 2심도 인정되지 않았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상 개념이다. 재판부는 기아차 측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경총은 "노사가 1980년대의 정부 행정지침(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사실상 강제적인 법적 기준으로 인식해 임금협상을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아왔던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약속을 깨는 한쪽 당사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간과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 법 해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성실원칙 취지를 재검토하여 상급법원 역할에 맞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도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금번 판결이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향후 재판에서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간에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우선적인 판단기준이 되고, 부차적으로 경영지표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쟁상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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