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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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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노사 합의도출 사이… 박재식 회장 리더십 '시험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2.21 15:51

‘임금 인상’ 관련 노사 합의 무드… 노조 측 "임금 제시안 기준 낮췄다"
‘중앙회 지배구조 문제’는 박 회장의 장기 해결 과제

▲전체 저축은행 당기순익 추이.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저축은행중앙회 노조가 임금 인상안을 낮춰 제시하며 합의 도출의 신호를 보냈다. 먼저 손을 내민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앙회 노조가 임금 인상 요구·지부장단회의의 불합리성 등을 제기하며 파업 초기 절차를 밟고 나섰다. 중앙회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는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며 중앙회 노조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처음에 4%의 임금인상 혹은 2.9%의 임금인상에 더해 특별성과급 250만원, 연 2회 명절격려금 각 80만원 지급 정례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21일을 기점으로 인상안 기준을 낮췄다. 정규호 저축은행중앙회 노조위원장은 "초기 인상안에서 조금 변경해 3.5%의 임금인상 혹은 2.9%의 임금인상에 특별성과급 100만원, 연 2회 명절격려금 각 60만원 지급 정례화로 기준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제시한 조건은 2.9% 임금인상, 연 2회 명절격려금 각 25만원 지급이다.

중앙회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결국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의 회원비 증가와 직결돼있기 때문에 중앙회는 신중히 인상률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의 급격한 임금 인상이 진행될 경우 회원사의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노조 측과 회원사 모두 부담이 없는 수준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저축은행중앙회 노조 측 임금 인상 제시안
변경 전 1)4% 임금인상
혹은
2)2.9% 임금인상+특별성과급 250만 원+
연 2회 명절격려금 각 80만 원 정례화 (총 160만 원)
변경 후(2019.02.21 기준) 1)3.5% 임금인상
혹은
2)2.9% 임금인상+특별성과급 100만 원+
연 2회 명절격려금 각 60만 원 정례화 (총 120만 원)
사측 제시안 2.9% 임금인상+연 2회 명절격려금 각 25만 원 (총 50만원)
*특별성과급 없음

박 저축은행중앙회장 역시 임금 인상과 관련해 노조 측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임금과 관련한 부분은 노사 간 협의가 큰 문제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밝힌 또 다른 요구사항인 ‘중앙회 지배구조 문제 정상화’에 대해서는 박 회장이 임기 내 풀어야 할 장기적 해결과제가 될 전망이다.

노조는 중앙회내 회장 자문 기구인 ‘지부장단회의’ 소속 일부 회원사가 중앙회의 예산통제를 비롯한 경영정책, 인사 등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79개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사 중 6개사의 대표가 지부장단회의에 포함됐으며 지부장단회의는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전무를 포함해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저축은행업계는 타 금융업계와는 달리 자산 및 수익 규모 상위권 회원사와 하위권 회원사 간 규모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지부장단회의에서는 오랜 기간 대표의 변화 없이 저축은행 업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소형 저축은행 대표들의 입김이 세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오너 중심의 소형 저축은행은 대표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장기간 경영활동을 해 지부장단회의 내 영향력이 세지만, 소형 저축은행의 의견이 저축은행 업계 전체 의견을 대표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정 노조위원장은 "일부 오너십 체계의 회사가 지부장단 회의의 중심이 되는 것이 다양한 자산규모를 갖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중앙회 의사 결정에 자산 규모, 다양한 지역의 저축은행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1월 진행된 저축은행중앙회 신임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지부장단 소속 일부 회원사 대표가 회장 후보자에게 ‘연봉삭감 각서’를 요구했던 사건은 지부장단 소속사들의 중앙회 내 권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박 회장 이전의 중앙회 회장들 역시 이 같은 중앙회 내 지배구조 문제를 인식했지만, 일부 회원사와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그동안 해결을 미뤄 오랜 시간 곪아왔다.

노조 측은 박 회장이 민관을 두루 거친 인물이라는 데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재무부 증권정책과,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증권금융 사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부장단회의는 내부규정보다 상위인 정관에 따라 중앙회의 경영 전반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관을 바꿔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료 출신 회장인 박 회장 임기 내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이달 22일 지방노동위원회 최종 조정 절차를 앞두고 실시한 조합원 총회에서 87.6%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중노위 결과와 노사의 협의에 따라 파업 혹은 합의 타결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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