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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시대 못 따라가는 안전정책, 새로운 시스템 구축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2.21 09:13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1970년대 대연각 호텔 화재, 이리역 폭발사고, 1990년대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씨 프린스호 침몰(기름유출)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각종 사고 등 우리 사회는 20년 마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안전이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과 고용구조가 크게 변하고 경제와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이나 욕구수준이 높아진 것에 비하면 안전은 상대적으로 후퇴됐다. 이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해 국민들의 안전의식뿐만 아니라 ‘삶의 권리’가 커져가고 있는데 안전정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양을 비롯한 수도권 열수송관 파열, 고양 저유소 화재, KT화재,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은 물론 서부발전 태안화력 발전소의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등 외주용역과 도급업체의 안전관리의 문제점 등 새로운 안전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사고는 기본을 무시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정부의 규제에 의한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사업주의 의지에 의한 내규를 정하고 시행하는 선진안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고의 영향은 다양해지고 광범위해졌다. 과거에는 특정집단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문제 중심적, 기술적 대책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불특정다수 집단으로 확대됨에 따라 안전을 조직적·시스템적으로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

고양저유소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시설 등이 처음 설치됐을 때는 사고가 발생되더라도 인근 주민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이 확대됨에 따라 에너지 시설과 가까운 곳에 주민이 생활하다 보니 새로운 안전관리 파라다임을 모색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도급작업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과 권한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원청에서 전가된 위험을 협력업체가 원천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갑을관계를 명시한 현행 도급계약서를 기업이 나서서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에너지기반 시설을 비롯한 국가기반 시설 등의 안전관리를 전문적·시스템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고도화·복잡화 돼 가는 산업시설 그리고 고용관계에서 생성되는 복합적인 위험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안전기술의 개발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가 발굴하고, 사업장에서 안전문화 정착을 최우선과제로 실행해야 한다.

군사를 기르는 것은 1000일이고, 군사를 쓰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근로자들이 재해로 고통을 받으면서 어렵게 일군 에너지시설과 사업장을 한번의 실수로 엄청난 인적·물적 손실을 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는 항상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사업장의 안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시는 동종 업종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주용역 안전관리의 문제점과 비정규직의 안전사고에 대해 자성하고, 에너지 관련시설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안전은 안전할 때 지키는 것이다.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은 사업장에서 가장 알차고 중요한 교재다. 그러나 이런 교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기보다는 사장돼 다시 교재를 만들고 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될 때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 모두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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