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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간섭 방어’ 헛힘···"대한항공 날개 꺾을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22 15:09
대한항공 보잉787-9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안정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주관,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투입 등 경쟁 심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 

대한항공이 올 한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간섭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자칫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차익 실현이 목적인 행동주의 펀드가 여론을 등에 업고 무리한 요구 사항을 쏟아내고 있어 장기적으로 그룹과 대한항공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전날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한진그룹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적자사업 재검토 △회사 평판을 떨어뜨린 임원 취임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 펀드는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CGI는 지난해 11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9.0%를 매입하며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0.81%까지 높였다. 한진칼 지분은 또 조양호 회장 일가가 28.93%, 국민연금이 7.34% 들고 있다.

한진그룹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칼·대한항공에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하도록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전문위원회에서 검증한 뒤 조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 등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수탁자책임위는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주주(11.56%)이기도 하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경영 간섭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항공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제때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실제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작업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재무·홍보 등 주요 부서의 역량이 이쪽으로 몰려있음은 물론이다.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은 ‘변곡점’에 서 있는 상태다. 지난해 ‘물벼락 갑질 논란’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 델타항공과 손을 잡고 시작한 조인트벤처의 안정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체력도 길러야 한다. LCC들이 중·단거리 노선 점유율을 높이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올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는 임무도 있다. IATA에는 120여 개국 290여 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및 제작사 등이 참석한다.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려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기업이 장기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눈앞에 있는 사안들만 논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단기 차익실현이 목적이니 무리한 요구 등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국민연금은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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