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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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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장 겸직’ 김태오 DGB금융 회장 어깨에 천근무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21 14:45

2020년 말까지 한시적 겸임... ‘차기 은행장 육성’ ‘내부분열 봉합’ 등 해결과제 산더미




[에너지경제신문=허재영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사실상 겸직하게 됐다. 은행 이사회의 반발 등 난항 끝에 김 회장의 겸직은 확정됐지만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지난 18일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회장의 행장 겸직 여부를 두고 격론 끝에 김 회장을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오는 29일 은행 이사회 주주총회의 결의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이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임추위는 "은행장 장기 공백 상황 종결을 통한 경영 정상화만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임을 공감하며 한시적 겸직체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은행 이사회는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시도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최고경영자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비리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지주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이 취임 초 겸직 불가 방침을 밝힌데다 지난해 4월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지주·은행의 최고경영자 분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발하던 은행 이사회가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사실상 수용한 것은 10개월간의 행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조직 내부의 동요가 커지고 고객 이탈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여곡절을 거쳐 은행장 자리가 채워졌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분열된 조직을 단합해 안정시켜야 한다. 그간 김 회장의 겸직 여부를 두고 지주와 은행이 대립했을 뿐만 아니라 은행 내부에서도 찬반으로 갈려 갈등해왔다. 분열된 조직을 봉합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해야 한다.

은행장 공백으로 인한 실적 악화도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DG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860억원, 대구은행은 828억원을 기록하며 오히려 1년 전 보다 각각 8.2%, 7.9% 감소했다.

또한 겸직으로 인한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DGB금융이 지난해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계열사를 총괄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이 지주와 회장에게 통합됐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통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돼 왔다.

2020년 말까지인 한시적 은행장 겸직의 전제조건인 차기 행장 양성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 회장은 한시적인 은행장 겸직 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해야만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약속한 권력집중 견제방안과 차기 행장 육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간 파행을 겪으며 흔들리고 분열됐던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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