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 7월 16일 8만9300원에서 이달 14일 현재 6만2100원으로 30% 넘게 급락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도 13% 하락했다.
▲최근 6개월간 SK하이닉스 주가 추이.(자료=구글 화면 캡쳐) |
반도체 업황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빙하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작년 4분기부터 메모리 구매를 연기하고 있는데다 인텔 CPU 공급 부족으로 PC 수요도 부진하다. 여기에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중국 스마트폰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주가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업황 둔화가 ‘현실’임을 입증했다.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증권가 전망치 평균(13조3800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하회한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영업이익 5조2774억원으로 전분기(6조4724억원) 보다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두 기업의 실적 부진이 올해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증권가는 두 기업에 대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면서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이클 하락 압박이 연내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7만9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32조원, 영업이익 10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51% 감소한 수치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올해 D램 영업이익은 10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가량 감소하고 낸드플래시는 적자전환할 것이다"라며 "전사 영업이익은 전년 21조3000억원에서 올해 9조9000억원대로 53% 급락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자료=구글 화면 캡쳐) |
삼성전자 역시 4분기 실적 부진이 올해 2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가 하락이 역대 최장 수준인 14개월간 진행됐고,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사이클은 하락 초기 국면이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오랜 기간동안 하락세가 진행됐다"며 "IM 사업부에 대한 기대감도 이미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고 판단되는 만큼 주식시장 반등 국면에서도, 약세 국면에서도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아웃퍼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