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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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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온수관 파열, 근본해결책 무시하고 교체 급급한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02 13:18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난방공사 온수 배관이 파열돼 작업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최근 경기도 고양, 서울 목동, 안산 등 수도권 온수관이 줄줄이 파열되면서 노후 온수관 전체 교체가 추진되고있다. 다만 교체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관리 주체인 한국지역난방공사(대표 황창화)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부식과 관련된 문제가 수년 전 지적됐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난방

▲지역난방 배관계통 압력 및 유량 밸런싱 향상 방안 연구(2015) [자료=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한국지역난방공사 중앙연구원]


2015년 지역난방공사와 ‘지역난방 배관계통 압력 및 유량 밸런싱 향상 방안 연구’를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태원 박사는 논문에서 "누수가 되는 경우 배관의 스프링 부위에 부식이 발생해 스프링 장력 변화로 인한 압력조정이 불가능해지며, 장기간 보수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기계실 내 높은 압력차이와 변동으로 인해 자동제어밸브의 고장과 소음, 밸브 떨림, 배관 진동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또 배관의 연한이 아닌 지속적 관리가 중요한 만큼 근본 배관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어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밸브·제어시스템 업계 관계자는 배관의 내구연한이 40년인데 20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들어 "배관 교체가 해답이 아니다"라며 "최근 발생한 사고는 열 공급배관의 온수·온도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 연결구간 용접부가 파열돼 발생한 것으로, 배관관리와 주변 지반 상태에 따라 교체해도 또 내구연한 안에 심각한 부식이 발생해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배관은 10곳 중 3곳 이상이다. 현재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온수관 총 2164㎞가운데 32%에 달하는 686㎞는 2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1991년 매설된 온수관 연결구간의 용접부 덮개가 파열된 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국 총 443개 지점에 이 같은 연결구간 용접부가 있으며 약 80%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3월 말까지 443개 지점을 모두 보강 또는 교체할 계획이다. 열수송관 매설 지역과 인근 땅의 온도차가 3도 이상이라 누수가 의심되는 203개 지점에 대해서는 내년 10월 말까지 교체공사 등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지역난방 2

▲지역난방 수요처 제어방법 개선에 따른 효과분석 연구( 2017)[자료=대한설비공학회]


다만 부식에 대한 경고와 마찬가지로 배관의 노후화만이 온수관 파열원인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이미 발표됐다. 대한설비공학회는 2017년 ‘지역난방 수요처 제어방법 개선에 따른 효과분석 연구’ 논문에서 "국내의 지역난방시스템은 외국에 비해 단위 사업장이 공급하는 시스템의 규모가 크고 또 도시의 확장에 따라 인접 시스템이 연계돼 방대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며 "또 인근 사용자 시설이 연결돼 시스템 내 위치에 따른 공급 압력과 유량의 분포에 큰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압력변동도 커서 난방불균형은 물론 에너지 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사용자 시설 공급자 측 제어방법의 변경을 통해 시스템 성능개선이 가능하다"며 "압력차를 주어진 값으로 일정하게 제어하는 PDCV(Differential pressure control valve)와 유량제어를 통해 열량을 제어해주는 TCV(Temperature control valve)를 조합한 기존의 제어방법을 밸브 출구압력과 온도를 동시에 제어해주는 복합밸브(DeltaP Valve, DPV)로 대체해 지역난방 공급자 측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합밸브를 이용하는 경우 외기온도 변화에 따른 귀환온도와 유량 제어결과에 영향을 적게 받으며, 이는 결국 지역난방 배관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관계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열공급배관시스템으로는 배관을 교체해도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역난방공사가 열사용시설 기준안을 작성해 압력과 유량을 제어하도록 사용자 측에 전달하고 있는데 사용자 측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열공급배관 계통 안정화를 위해 압력·유량제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어장치 성능향상이 시급하다"며 "현행 ‘열사용시설기준’ 중 ‘복합제어밸브 난방·급탕·냉방 적용’ 조항을 추가·보완해 새로운 제어장치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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