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연합) |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연준이 그간 기조를 섣불리 바꿔 금리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 연준 위원들 "12월 기준금리 인상 올바른지 확신 못해"
연준의 금리인상 신중론에 불을 지핀 것은 제롬 파월 의장에 이어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이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16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중립금리에 근접했으며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 경제 데이터에 더 많은 의존을 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경제가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립금리에 근접한 정책 범위에서 움직일 때 데이터에 더 많이 의존하는 방향으로 주안점을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최소한 내 관점에서는 우리는 특별히 데이터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15일 "우리는 중립정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립은 우리가 원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패트릭 하커 총재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하커 총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나는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올바른 움직임인 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면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것이 분별 있는 것인지를 결정하기에 앞서 향후 수주 간 (경제) 데이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커 총재는 12개 지역별 연은 총재 가운데 한 명으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왔다. 지난해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에 참여해왔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투표권이 없다.
파월 의장 역시 최근 전 세계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가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데다 감세효과 소진에 따른 미국 경제의 내년 둔화 전망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주가 폭락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이 커지고 있는 점도 연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준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나는 '저금리' 연준을 보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은 '연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연준 금리인상에 대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골드만삭스 "연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 없을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사진=AP/연합) |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연준이 12월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파월 의장은 연일 미국 경제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장에 암시한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질의응답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해 대단히 행복하다"며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으며 우리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15일에도 "미국 경제는 좋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불안이 더 심해지거나 실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뭔가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미국 금융 불안이 더 심각해져야 연준이 금리 인상 보류를 검토할 것으로 진단했다.
골드만삭스가 1994년 이후 주요 증시불안을 모두 살펴본 결과 연준은 신용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상당히 벌어졌을 때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때만 더 완화적인 정책으로 대응했다. 단순 '우려'만으로는 정책에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였고 지난 10월 일자리 25만개가 늘어나는 등 아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12월 한 차례, 내년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올려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인상했다.
연준은 당시 12월에 1차례, 내년 3차례, 2020년 1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