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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 삼성 위장계열사 맞다"...공정위, 이건희 회장 檢고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14 12:39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감시과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돼 온 ‘삼성그룹 위장계열사 의혹’에 대한 과거 무혐의 결정을 뒤집고 위장계열사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우가 30년 가까이 삼성그룹 위장계열사였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우 임원들을 차명주주로 내세워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피해왔다는 게 공정위 측 결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회장이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제출한 자료에서 삼우와 삼우의 100% 자회사 ㈜서영엔지니어링 등 위장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한 행위가 적발됐다.

조사 결과 삼우 임원 소유로 돼 있던 삼우는 실제로는 1979년 3월 법인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로, 실질적으로는 삼성종합건설의 손자회사라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삼우의 지분 관계를 시기별로 보면 설립 이후 1982년 3월까지는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 임원(6%)이 지분을 100% 소유했다.

이후 2014년 8월까지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에게 명의가 이전됐지만, 실질 소유주는 삼성종합건설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특히 삼우 내부자료 등에는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돼 있다. 차명주주는 삼성의 결정에 따라 지분매입 자금을 받아 명의자가 됐으며, 주식증서를 소유하지 않고 배당을 요구하지 않는 등 실질 주주로서 재산권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8월 삼우가 설계부문(현 삼우)과 감리부문(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으로 분할한 후 삼우가 삼성물산에 인수, 2014년 10월 삼성그룹에 계열 편입되는 모든 과정을 삼성물산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점도 위장계열사임을 뒷받침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당시 차명주주들은 168억 원에 달하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 69억 원만 받고 지분을 모두 넘겼고, 삼우씨엠 지분 전량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진 점, 삼우가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올리며 높은 이익률을 올린 점도 공정위가 삼우를 섬성의 위장계열사로 본 근거다.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그룹 관련 설계를 전담한 삼우의 2005~2013년 삼성 거래 비중은 27.2~61.1%로 평균 45.9%였다. 2011~2013년 매출이익률은 19~25%에 달했다. 삼우는 이를 토대로 업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삼성종합건설이 삼우를 차명으로 돌린 이유는 시공사가 설계와 감리를 담당하는 회사를 가지는 데 대한 동종업계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이 2000·2009·2013년 허위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 제재를 받았음에도 같은 법 위반을 반복한 점,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지지 않고 다른 혜택을 누려온 점을 근거로 고발을 결정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2014년 3월 행위에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처한 이유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와 삼우가 삼성에 계열 편입된 시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에는 과징금 부과 조항은 없다.

앞으로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에 부당하게 받은 혜택(과다 세액공제·삼성과 공동 공공입찰 참여·중견기업 조세 감면)이 환수될 수 있도록 국세청·기획재정부·조달청 등에 사실관계를 통보할 예정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20여 년 전부터 제기된 삼우의 삼성 위장계열사 의혹을 이제야 밝혀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1997년 위장계열사 혐의로 삼성과 삼우를 중점관리대상에 선정하고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조사했다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공정위는 2016년 10월 김상조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의 신고에 따라 작년 5월 다시 조사에 착수한 뒤 이번에 다른 결론을 내렸다.

홍형주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작년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 측에서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점이 결정적 단서가 돼 조사 범위를 넓혔다"며 "이를 토대로 차명주주 5명을 소환하는 등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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