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 칼럼] 청년고용 대란, ‘분노의 세대’가 온다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11.08 13: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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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완전히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거라고들 농담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경제학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이러다 진짜 망할까 걱정이다.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NEAR)재단 이사장은 "내년에 퍼팩트 스톰(perfect storm: 복합 위기)이 온다"고 예언했다.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내년엔 더 강한 외풍과 더 지독한 가뭄이 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려고 이러고 있나"라고 탄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내년 한국 경제가 2.6% 성장률을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1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0명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부가 부산에서 개최한 일본취업설명회에 사전신청을 한 한국청년만도 6200명이 지원했고 그중 700명을 뽑는다고 한다. 한국 청년들을 일본으로 내모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른바 ‘고용세습’ 문제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선 ‘단체협약’을 통한 합법을 가장한 편법 고용세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국회의원에 따르면 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기업 여러 곳에서 ‘고용 세습 단체협약’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한다.

고용세습은 신분세습으로 헌법 위반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엔 가장(家長)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가족 중 한명이 고용을 승계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나, 법원은 이러한 단체협약은 원칙으로 무효라 판단했다. ‘선량한 풍속과 사회 질서에 위반한 법률 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 민법 103조의 ‘반(反)사회질서의 법률 행위’로 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13곳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다수의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이다. 자율적 단체협약이 우선하는 민간 기업과는 달리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었다면 이는 공정사회ㆍ기회균등을 핵심 가치로 삼은 이 정부의 국기(國基)를 흔드는 것이다. 공공기관 853곳에 대한 전수조사로써 의혹을 해소하여야 할 것인데 수사는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국회 국정조사도 잠잠하다.

이 뿐만 아니다. 정규직 전환 공공 부문 10만개 중 공개채용은 15%뿐이라 하고,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까지 공채선발인원을 2029명까지 줄인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일자리 대책이란 것이 ‘빈 강의실 전등 끄는 일’, ‘전세임대주택 물색도우미’ 등이라니 이런 조치로 과연 청년들을 달랠 수 있을까.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지만, 청년들도 갈 곳이 없다.

청년실업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단순히 고용 문제를 넘어 한 세대가 통째로 상대적 빈곤을 겪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경제사정이 악화된 때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는 대부분 직업을 갖지 못하고, 첫 일자리를 잡는 시점이 다른 세대에 비해 늦어진다. 한 번 늦어지면 그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 결국 특정 연령대에서만 상대적 소득이 낮은 현상이 발생한다. 한번 구직 기회를 놓친 세대가 장년층이 되면 그때는 경력직으로나 채용될 수 있을 터인데, 경력이 없으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평생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평생 상대적 저소득을 감수해야만 하는 ‘빈곤세대’, ‘분노의 세대’가 되어 세대갈등의 원인이 된다.

한국도 방심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뻔히 보이는데도, 위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진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이 제공하고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도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고용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닦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초과이익공유제ㆍ협력이익배분제라는 이상한 법률을 기획하고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며 순환출자구조를 억지로 개편하라고 윽박지르면 회사 자금은 허비되고 고용대란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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