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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10% 인하 A to Z…'경기 활성화' 도움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0.15 14:20

중산층 고작 '월 4천원' 혜택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인하 더 많아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공급가를 즉각 내리겠다."

정유업계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발 맞춰 공급가를 즉각 내리겠다고 답했다. 소비가 늘어나는 등 경기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지만 유류세 인하 혜택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차량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자영업자나 택시운전자, 화물차 업주 등은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부 유류세 한시적 인하 계획’ 깜짝 발표에 관련업계가 15일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정유업계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는 시점에 맞춰 즉각 공급가를 내려 정부 시책에 발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재부의 구체적 유류세 인하 기준안이 나와봐야 국내 산업계의 현안을 반영하는 등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 값도 덩달아 오르면서 국민의 호주머니가 얇아졌다는 점을 고려했다. 고유가는 곧 경기부담, 장기적으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기름에 붙는 세금을 줄여 국민 소득을 높이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게 돼 경기가 부양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유류세 구성 어떻게 돼 있나?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에서 나오는 연료에 부과하는 7개의 세금과 준조세를 말한다.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관세 등이다. 휘발유·경유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를, LPG는 개별소비세(개소세)를 각각 부과하고 있다. 교육세는 공통이며 주행세는 지방세로 들어간다. 부가세는 최종 판매가격 10% 수준에서 포함된다. 교육세는 교통세·개소세의 15%, 자동차세(주행분)는 교통세의 26% 수준에서 책정한다. 유류세는 리터당 종량제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9월 기준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1638원이었을 때 유류세는 교통세(기본세율) 529원(475원), 주행세 138원, 교육세 79원 등 746원(45.5%)이다. 여기에 부가세 149원이 더하면 휘발유의 최종 세금은 895원(54.6%)이 된다. 경유의 9월 가격은 1439원이었다. 마찬가지로 계산하면 교통세 375원(340원), 주행세 98원, 교육세 56원 등 유류세 529원(36.8%)과 부가세 131원을 합쳐 660원(45.9%)이 세금이다. LPG 부탄가스는 교통세 대신 개소세가 부과된다. 895원짜리 부탄가스는 개소세(기본세율) 161원(147원), 교육세 24원 등 유류세 185원(20.7%)에 부가세 81원을 플러스하면 266원(29.7%)의 세금이 붙는다.


◇ 유류세 인하 사례…혜택 얼마?

과거 우리나라는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 유류세를 10% 내린 적이 있다. 선거 공약으로 유류세 10% 인하를 내건 MB는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곧바로 유류세 10%를 내려 리터당 휘발유 82원, 경유 58원 등의 감면혜택을 줬다. 당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유가 시기여서 유류세 10% 인하 효과는 3주 만에 세금이 인하된 만큼 가격이 오르면서 빛이 바랬다.

현 정부가 유류세 10%를 인하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 57원, LPG부탄 21원의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10월 첫 주 전국 평균 기름 값에 반영하면 휘발유는 1660원에서 1578원(4.9%), 경유는 1461원에서 1404원(3.9%), LPG부탄은 925원에서 904원(2.2%)으로 가격이 내리게 된다. 평일 출퇴근과 주말 레저용으로 한 달에 휘발유 60리터 정도를 사용하는 일반 가정의 경우 4900원 가량 감면 혜택을 받는다.


◇ 세금 얼마나 줄고 인하는 언제?

지난해 정부가 걷은 유류세는 28조8000억원으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14.6% 증가했다. 유류세수 규모는 2013년 22조9000억, 2014년 24조5000억, 2015년 26조300억, 2016년 27조5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28조원을 돌파했다. 10%의 유류세를 1년 동안 인하하면 약 3조원 가량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탄력적으로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시행령은 경기조절, 가격안정, 수급조정 등에서 필요한 경우 기본세율의 30%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김 부총리는 "탄력세율은 행정부 조치만으로 가능하다"며 "협의가 끝나면 행정부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시기는 다음 달 1일이 될 전망이다.


◇ 유류세 인하 가장 큰 혜택은...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연구결과 유류세 인하 혜택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2008년 3월 직후인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는 월평균 13.1리터에 그쳤는데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는 82.5리터에 달했다. 당시 유류세가 리터당 평균 75원 내린 점을 고려한 월평균 인하 효과는 △1분위 880원 △2분위 2042원 △3분위 3050원 △4분위 3600원 △5분위 5578원으로, 5분위에게 돌아간 혜택은 1분위의 6.34배에 달했다. 휘발유 가격이 1원 하락할 때 소비증가량은 △1분위 0.0124리터 △2분위 0.01779리터 △3분위 0.02837리터 △4분위 0.03382리터 △5분위 0.03484리터 등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서민들은 고소득층보다 차량운행을 덜 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량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자영업자나 택시운전자, 화물차 업주 등은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산업부·정유업계 등 반응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로 직접적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류세가 인하된 만큼 이를 공급가격에 반영해 즉각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로 석유제품 소비가 증가한다면 그에 따른 혜택을 받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나 경유 등 수송용 연료는 생활 밀착형 제품으로 가격이 조금 오르고 내린다고 해서 소비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기재부가 아직 인하 폭을 얼마나 할지, 연료별로 인하 폭을 차등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정부안이 결정되면 정유업계는 즉각 공급가격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구체적 유류세 인하안을 내놓으면 산업부도 업계 여론을 반영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로 경기가 부양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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