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의결권 연대 행사 막아야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10.04 21:54:36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스튜어드십 코드는 일반 투자자(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기관투자자(기관)들이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하고자 만든 자율적 행동 규범이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오던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7년 말부터 한국에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이의 시행을 예고함으로써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관들이 그들에게 자금을 위탁한 고객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그들의 집사(steward)가 되어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한다니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관들이 그 고객에게 책임지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기업을 감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형 기관들은 상장사의 기업운영 및 경영진 구성, 사업계획 등에 큰 변동을 줄 수 있다.

비록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성규범이기는 하나 기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시 각 원칙들에 대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의한 이행수준 점검을 받게 되는 등 사실상의 이행의무를 가지게 된다. ‘투자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범위’에 비재무적 요소(경영전략, 위험관리, 지배구조 등)까지 포함되어 기업경영감시의 정당성을 사실상 부여받게 되어 있다. 코드를 이행하지 않았으면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comply or explain).

문제는 기관들 간에 의결권 연대 행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각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그들이 투자한 상장회사의 문제된 의결권 행사의 법적ㆍ경제적 의미를 공부하여 분석할 인력과 시간이 없다. 따라서 의결권 자문사의 자문의견을 구매하거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대로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그와 의결권 행사가 설혹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설명할 책임이 없을 것이니 가장 간편한 방법이 된다. 결국 너도 나도 의결권 자문사의 자문보고서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전혀 관리되지도 않고 법적 실체도 없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던진 보고서에 개구리가 조약돌에 맞아 죽듯이 기업들이 크게 다친다는 데 있다. 각 자문사들의 의결권행사 방향 사전공개로 현대자동차 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결의할 주주총회 개최 자체를 무기한 연기한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 과연 이들 기관들이 기업을 코치할 전문성을 갖고 있었던가? 현대자동차그룹 사건에서 자문사들의 의견은 ‘분할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반대의 한 가지 이유였다. 도대체 이런 판단을 한 자들이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에 대해 무엇을 안다는 것인지, 무슨 근거로 시너지가 있네, 없네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무책임하고 즉흥적인 판단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구조개혁과 성장동력은 일격에 타격을 받았고 그 결과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모든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비교적 적은 주식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이라도 서로 연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면 투자대상회사의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지고 권한 오·남용의 우려는 매우 커진다. 예컨대 대주주의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되는 감사선임의 경우 대형기관이나 펀드들의 선호에 따라 감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자신들의 의결권 행사기준을 사전에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각 개별사안에 대하여 그 행사기준을 정확히 적용해야 한다. 기준 적용 결과를 주주총회 전에 미리 공개해서는 안 된다. 각 기관들도 자신들의 의결권 행사 결정을 사전에 공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투자 기업에 대한 지분비율이 매우 높아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방향을 사전에 공개하면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역시 사전공시를 금지하는 내규를 만들어 이를 시행해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