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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폭락’ 신흥국 환율 불안···현대차 ‘예의 주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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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터키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터키 리라화 폭락 등 신흥국 환율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터키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데다 신흥 시장 판매 비중이 높아 위기가 주변국으로 번지지 않는지 살피는 중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터키 화폐인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58% 가량 급등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37% 폭락한 상태다. 미국이 터키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2배로 올리자 터키가 자동차, 주류 등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며 외교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게임’에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선언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은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기까지 했다.

지난 1997년 터키에 공장을 준공한 현대차는 현재 연산 약 24만대 규모로 이를 운영 중이다. 경차 i10과 소형 해치백 i20 등을 만들어 유럽에 주로 수출한다. 연산능력 180만대의 울산공장이나 30만대의 미국 앨라바마 공장 등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유럽이 세계 3대 자동차 소비 시장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도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터키 상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이유다.

당장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애초 터키 공장이 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만들어져 물량의 90% 이상이 유럽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당시에도 "대부분 차량이 유럽으로 나가 리라화 약세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못박았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당장 비상등을 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론적으로는 터키 화폐가치가 내려간 탓에 유럽에서 유로화로 이를 결제할 경우 손익이 좋아지게 된다. 이를 통해 터키에서 부품 등을 수입할 때 생기는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통해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당 마진에 대한 계산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형국인 만큼 갑자기 생산 차질이 생기거나 인건비 부담 등이 심해지는 경우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판매 비중이 낮다 하더라도 소비 여력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악재다. 터키 공장은 올해 상반기 약 10만 7318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는데, 이 중 8.4%(약 8972대)를 현지에서 소화했다.

더 큰 문제는 터키에서 시작된 환율 불안이 다른 신흥국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 루피화, 브라질 헤알화 등은 연초 대비 10% 이상씩 가치가 급락하며 ‘신흥국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등 여파로 투자 매력을 상실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는 신흥국 생산 비중이 50%가 넘어갈 만큼 이들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7% 하락한 영향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라며 "(리라화 폭락으로) 현지 공장 물량의 판매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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