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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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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장하성 또 불화설? 고용 쇼크 두고 시각차 뚜렷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20 07:55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관련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까지 추진했던 경제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비록 ‘관계부처·당과의 협의’를 조건을 내걸기는 했지만 공식 석상에서 여당·청와대와 온도 차가 뚜렷한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그의 ‘작심 발언’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관계부처·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기존의 경제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그의 발언은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언과 대조를 이뤄 더욱 주목을 받는다. 이날 장하성 실장은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수정·개선을 염두에 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저임금을 포함한 노동 관련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 발표 전후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쳐왔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자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입장은 정부 경제팀 내, 특히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불화설’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원인이 됐다.

김 부총리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산업계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총대’를 멜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고용 업체를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중이지만 IT(정보통신)업종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 부총리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이나 적응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근로자와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이미 확정됐고 노동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가 된 만큼 당장 ‘수정·개선’ 여지가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 52시간 시행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업체 규모별로 시기를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만큼 당장 첨예한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이 특정한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수용할 수 있다는 원론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경우 경제팀 내 ‘불협화음’으로 비쳐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추진한 주체임에도 고용쇼크 등 성과 부진에 대한 뚜렷한 해명 없이 슬그머니 정책을 회수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화일로인 최근 고용 상황은 경기부진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원인 탓이 크다. 하지만 최저임금 등 정책 부작용에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기재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떨어지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세, 최저임금 인상,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에도 지난해 말 올해의 취업자 증가 폭을 무려 ‘32만명’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일자리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자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 전망을 18만명으로 무려 14만명이나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하면서 이 목표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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