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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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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장중 23% 폭락,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8.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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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터키 리라화 가치가 20% 넘게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유럽증시는 물론 뉴욕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리라 폭락의 반작용으로 달러화는 13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달러당 리라화 환율은 장중 22.73% 급등(리라화 가치 급락)해 사상 최고치인 6.8010리라까지 찍었다. 이날 환율 상승폭은 지난 2001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컸다.

이로 인해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0.67% 이상 하락했다. 먼저 장을 마감한 유럽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리라화 폭락 여파로 인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는 0.99% 상승한 96.45를 나타냈다.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냄에 따라 달러화 표시 구리 등 금속 가격이 하락했고, 금값도 초반 상승분을 모두 잃고 보합세로 마무리됐다.

투자자들은 저위험자산인 미국 국채를 퍼담기 시작했다. 터키에서 금융문제가 발생하자, 위험에 노출된 다른 신흥시장들과 은행들을 둘러싼 우려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0bp(1bp=0.01%p) 내린 2.875%를 나타냈다. 장중에난 2.853%까지 내리며 지난 5월 말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ICON어드바이저의 제리 폴 국채부문 수석 부대표는 "리라화는 명백히 참패를 기록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기에 관세조치까지 발표해 엎친데 덮쳤다. 사람들은 ‘안전자산에 있을래’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리라화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화정책 장악 기도에 대한 우려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하락을 거듭해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가뜩이나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리라화 가치의 낙폭을 더욱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우리 달러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터키산) 알루미늄에는 20%, 철강에는 50% 관세가 붙을 것"이라면서 "지금 이 시점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터키에서는 서둘러 리라화 폭락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을 진화에 나섰다. 터키 경제가 끄떡없다는 호언장담도 있었지만, 리라화를 지지해 달라는 애국심에 대한 호소도 있었고, 미국에 대해 협상을 재개해 딜라는 간청도 있었다.

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북동부 베이버트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국민들을 향해 "달러는 우리의 길을 막을 수 없다.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한다. 만약 베개 밑에 달러나 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우리 은행에 있는 리라와 교환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적인, 국내의 전투다"고 강조했다.

루흐사르 펙칸 터키 통상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를 주도하는 규정된 기준 중에는 아무것도 터키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한 반복된 대화 노력은 지금까지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펙칸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간청한다"며 "이는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될 수 있으며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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