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순영 전문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5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하반기에도 디램 업황이 문제 없다고 설명했으나, 증시 참여자들은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국내외 증권사 시각을 더 주목하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엇갈린 전망에 이익증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투자 심리와 하반기 주요 메이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도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자료=구글) |
◇ 모건스탠리, SK하이닉스 비중축소· 목표가 7.1만원…"이익 정점 보인다"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모건스탠리 션김 연구원은 지난 5일 "글로벌 반도체기업 가운데 가장 매력 없다(Least-preferred Global Semi)"는 제목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리포트를 발표하고 비중축소(Underweight)의 의견과 목표가 7만1000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SK하이닉스를 이끌었던 성장 이슈에 대한 전망치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은 서버 디램 수급과 디램 성장세가 둔화되고 낸드 공급 과잉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기업 가치에 비해 싸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이같은 업황에서는 강력한 경영관리와 실행력, 보다 안정적인 재무제표를 보여줘야 증시참여자들이 주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핵심 사업에서의 이익성장이 이미 사상 최고치에 달한 만큼 이익 향상을 위한 사업적 변화를 제시한다면 기업 가치가 상향되겠지만 이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발표한 자사주매입(share buyback)은 가치를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료=모건스탠리 보고서 |
◇ 반도체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 지속적으로 유지…낸드 이어 디램도 우려
션 킴의 국내 반도체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리포트는 작년 11월에도 제시된 바 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 고맙다, 이제는 쉬자(Thanks for the Memory, Time For a Pause)"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시장수익률(Equal-weight)’로 낮추고 목표가도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췄다.
당시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한 성장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이제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낸드업황에 대한 우려가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디램시장에 대한 성장이 시장에 예상하는 것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디램 업황우려로 마이크론 주가도 부진 (자료=구글) |
◇ 국내 증권사도 보수적 의견 있어…대다수는 긍정적인 전망 유지
국내 증권사에서도 SK하이닉스에 대해 업황 둔화 우려로 8만원으로 목표가를 대폭 낮춘 바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아쉬운 변곡점"이라는 리포트를 발표하며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리고 목표가는 11만 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디램 산업의 고점 형성 요인이 포착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수익성 중심 전략이 하반기부터 지배력 확대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로 SK하이닉스의 디램 이익 점유율이 4년 만에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며 경쟁사의 신규 팹 가동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고 SK하이닉스의 평택 공장 물량이 9월부터 생산되면서 내년 상반기 디램 수급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가도 작년 6월 6만7000원에서 5만8000원(액면분할이후 수정목표가)으로 낮춘 후 중립의견으로 고수하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는 SK하이닉스이 밸류에이션 보다는 업황 모멘텀이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디램가격 상승이 유지되고 있지만 상승 모멘텀이 약하고 설비 투자 증가로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율이 작년 30%에서 41%로 높아진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설비 투자 증가 속도가 빠른 반면 서비 디램을 제외한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증권은 목표가를 하향했다 재차 상향했다. (자료=삼성증권) |
이 같은 보수적인 시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SK하이닉스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좋다.
삼성증권의 경우는 작년 10월 디램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올해 공급증가로 반도체 이익추정 사이클이 업그레이드에서 다운그레이드로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9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내렸다.
다만 올해 4월 다시 투자의견과 목표가를 올려 잡았는데 공급 증가를 위한 기술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증설도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내년 이익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시각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 엇갈린 전망에 실적에 대한 자신감 잃은 투심…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도 나와
그러나 이같은 국내 증권사의 다수의견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증시 참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반도체 업황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불안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만큼 국내 투자 심리가 약하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또 하반기 들어 IT에서 산업재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과 업황과 함께 또다른 이슈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에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이슈를 보다 주목하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후 제시한 자사주 매입은 시장 예상보다 큰 주주이익 환원정책이며 지속적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