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중소성장기업지원부장 정종문 |
문득 이 글귀에 오버랩되어 최근의 가장 핫한 아이템 하나가 떠오른다. 이른바 ‘십시일반’, ‘집단지성’으로 표현되는 창업·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원활화를 위하여 도입, 시행 중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중소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투자자로 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340개가 넘는 기업이 펀딩에 성공하고, 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다양한 창업기업들에게 지원되었다.
유가증권시장 등 정규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자금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제 시행된 지 3년째임을 감안하면 정책당국의 지원과 시장 참가자들의 노력이 잘 어우러진 나름 의미있는 결과다. 어쩌면 본래의 제도취지를 살리고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이에 지난 2년여 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실무를 담당한 시장 참가자의 관점에서 제도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생각을 떠올려 본다.
첫째, 펀딩 성공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실 그 무엇도 모든 펀딩 성공기업의 경영 연속성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창업 초기자금을 조달한 신생기업에 있어 현실적인 의미는 창업 3년이후 50% 이상의 기업이 파산한다는 일명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학 교수 몰릭(Mollick)의 연구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약 90%수준으로 일반 창업기업의 생존율 30~40%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다수의 투자자들을 통한 집단지성의 관문을 통과한 기업들이기에 여타 기업보다 강한 생존능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벤처캐피탈(VC) 등 모험자본의 투자 참여 필요성이다. 2018년 6월말 기준 VC를 포함한 전문투자자의 비율은 전체 투자자(30,118명)의 약 3%수준 이며, VC 등 모험자본으로 한정하면 참여비율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VC 등 모험자본 입장에서 창업 초기단계의 크라우드펀딩 기업은 투자 대상 측면의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현실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창업생태계 활성화 등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VC 등 모험자본의 투자참여는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창업기업들의 최대 관심사항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자금조달 이라는 점은 VC 등 모험자본의 역할과 중요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확대의 관점에서 소위 ‘크라우드 스피릿’의 필요성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제도의 근간은 유지하되, 다양한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투자자 관점의 유의미한 통계분석자료의 제공, 투자자와의 다양한 소통활동 등을 통하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지탱하는 견실한 투자자층이 형성되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일반 대중, 즉 크라우드(crowd)가 주도하는 시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3년차를 지나고 있는 증권형크라우드펀딩은 제도 활성화를 통한 창업·중소기업 지원과 투자자 보호에 기반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정책당국의 펀딩 가능기업 확대, 발행한도 확대 등을 통한 시장 활성화와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정책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서 필자가 근무하는 예탁결제원도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제도 홍보, 설명회, IR지원 등 다양한 업계 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지난 6.5일 발족한 펀딩 성공기업 중심의 ‘크라우드펀딩협의회’를 통하여 기업간 다양한 소통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우리나라 창업·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