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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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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항공업계... 다음 파도는 관세폭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10 17:34

▲(사진=연합)



‘오너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항공업계가 내년부터는 ‘관세폭탄’의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부품관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서 수천억 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물벼락 갑질’과 ‘기내식 대란’ 등에 따른 여론 악화로 항공사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항공기 부품 수입 시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 민간항공기교역협정(TCA) 가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3년까지 4000억 원 상당의 세금을 항공사가 부담한다. 최근 정부가 항공기 부품관세 감면에 대해 추가 연장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내년부터 항공사가 관세 감면율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면서다.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율을 내년 80%, 2020년 60%, 2021년 40%, 2022년 20%로 축소해 2023년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항공기 정비 부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상당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의견이다. 원-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유가가 상승곡선으로 힘든 상황인데다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경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60~1080원 선에서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10~112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이 올라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율 부담으로 비행기 리스 같은 고정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해외여행은 줄어들어 항공사 입장에서는 손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 국면에 놓인 점도 고민거리다. 또 항공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항공우주산업과도 직결되는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공업계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항공사가 들고 나온 카드가 TCA 가입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주관해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32개국이 가입한 TCA는 민간 항공사들이 수입하는 항공기 부품에 관세를 철폐하는 식으로 교역을 자유롭게 하는 협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산업 발전을 근거로 TCA 가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뿐만 아니라 연일 여객수가 증가하는 저비용항공사(LCC)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비와 부품에서 비용을 줄이면 다른 쪽으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 항공사는 TCA 가입으로 항공기 부품 수입 시 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한국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TCA 가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TCA 가입이 국내 대형항공사의 관세 특혜로 이어질 수 있고 국내 항공제조업과 항공우주산업에는 치명타일 수 있다는 이유로 가입을 유보하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에만 관세 특혜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 반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국내 항공제조 기술 보호를 위해 반대에 나섰다. TCA에 가입하면 정부가 항공기술 개발을 위해 지급했던 보조금이 금지돼 연구개발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걱정에서다. 항공 부품 개발의 난항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항공우주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TCA 가입 유보를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오너리스크로 여론이 악화돼 TCA 가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TCA 가입이 필요하다"며 "TCA 가입을 위해서는 항공사끼리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최근 대형항공사의 오너 리스크로 (TCA 가입) 이슈가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가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석 마련 차원에서 TCA를 담당하는 산자부와 국내 관세 감면을 담당하는 기재부의 전향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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