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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의 눈] 공매도, 어설픈 ‘대책’보다는 ‘교육’이 먼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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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오늘도 내일도 계속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회사 주식이 덜 오르는 것 같으니 애꿎은 공매도만 비판하는거죠."

최근 만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6일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는 앞으로 증권가 역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꼽힌다. 4월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직원들에 대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1000주를 잘못 배당해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주식 28억주가 직원들 계좌에 잘못 입고됐다. 이 중 직원 16명은 501만2000주를 시장에 내다팔아 삼성증권 주가가 당일 12% 넘게 급락했다. 이 사태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뿐만 아니라 삼성증권 내부에서도 "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났다. 삼성증권 사태가 벌어지고 현재까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선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NH투자증권 발행어음 2호 인가, 삼성증권 제재 절차 착수 등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당국은 삼성증권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의 화살이 엉뚱한 ‘공매도’로 향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의 사태를 계기로 신뢰하기 힘든 공매도를 금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4만명을 돌파하는 등 공매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답변자로 나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는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매도를 향한 거센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공매도 활성화 방안까지 내놨지만 "공매도를 폐지하랬더니 엉뚱한 짓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공매도 미결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까지 모를 줄은 몰랐다며 실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장 유동성을 늘리고 고평가된 주식 거품을 제거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제쳐둔 채 "우리는 공매도로 피해를 보고 있으니 폐지해라"는 억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주식시장의 원리, 재테크 방법, 공매도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여기에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자를 확실하게 처벌했다면 공매도에 대한 막연한 불신도 지금보다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당국의 중구난방식 대책만으로는 ‘공매도’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는데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대한 색안경을 버리고, ‘보고싶지 않은 것도 보고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들으려’는 넓은 마음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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