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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SKT 누구, (우)KT 기가지니 |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 SKT의 누구(NUGU), KT의 기가지니(GiGA Genie), 네이버의 ‘클로바’ 등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활성화되자 카드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음성 인식 결제까지 탑재한 스피커에 자사 카드 결제 기능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울러 실시간 위치 정보, 요금 납부 실적 등 막대한 정보를 보유한 통신사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新) 신용평가모델 개발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활용을 꾀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활발하게 업계의 방향을 이끌어가고 있는 곳은 KT다. 현재 KT 그룹의 쇼핑 채널인 ‘K쇼핑’은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에 음성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K쇼핑을 시청하던 고객이 기가지니에 "내 목소리로 인증"이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가 완료되는 식이다.
K쇼핑 이외의 채널을 이용한 음성 결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음성인증만으로 곧바로 결제가 가능한 K쇼핑과 달리 타 채널 상품을 기가지니로 주문하는 경우에는 고객 핸드폰에 링크가 제공된다. 링크를 통해 다시 한 번 본인확인인증을 거쳐야 구매가 가능한 것.
이에 KT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결제 요금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 계좌, 카드 명세서가 아닌 올레티비 요금에 합산돼 청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목소리 결제는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지만, 카드업계는 ‘총성 없는 싸움’에 돌입했다. 폭발적인 확대가 예상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결제 시장에서 선제적인 위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 결제 가능 카드로 들어오기 위한 카드사들의 물밑작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목소리 인증 결제 시스템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카드로 결제해줘’, ‘롯데카드로 3개월 할부해줘’ 등 특정 카드를 선택해 결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용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음성 결제 기반이 마련된다면 단순 카드 결제뿐 아니라 카드 결제 대금 조회, 은행의 경우 계좌 송금까지 인공지능 스피커 하나로 모두 완료되기 때문에 최근 들어 금융사와 통신사 사이 여러 논의가 오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 역시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막대한 신용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학생, 주부 등 금융거래 실적이 전무한 고객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결제 내역 등 통신사의 정보는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오랜 기간 축적돼왔기 때문에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며 "이런 이유로 금융사는 통신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업무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