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을 이끄는 폴 싱어 (사진=연합/EPA) |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환영하다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를 전면 반대하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태도를 바꿨다. 엘리엇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보유 지분이 크지 않아 현실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된다.
다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만큼 투자 매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엘리엇의 개편안에서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것에 환영한다"고 다시 강조하면서도 "본 개편안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는 기업 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엘리엇은 현대차의 기존 개편안이 다단계 지배구조를 갖게돼 불필요한 세금을 중복해서 납부하게 된다고 지적했으며,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이유와 현대글로비스와의 주식 교환 비율에 대한 논리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엘리엇이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한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를 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발표했으나, 엘리엇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하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등 현재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엇이 요구한 지배구조개편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없이는 총수 일가 지분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엘리엇 요구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엘리엇의 가진 지분 자체도 작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을 각각 최소 1.5%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엘리엇 단독으로는 영향력이 높지 않아 현재 모비스의 분할 및 글로비스 합병안의 무산에 대해서는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엘리엇의 주주환원 강화 요구는 주주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도 배당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인만큼 시점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엘리엇이 제시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수준에 맞게 배당지급률을 순이익의 40∼50%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차 본사. (사진=연합) |
배당성향 확대에 따라 현대차의 주가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통주보다 먼저 배당받을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의 투자 매력이 대폭 커질 수 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개편안에서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글로비스는 장중 4%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비전을 명확히 설명할 경우 주가에 긍정적일 여지도 남아있다고 평가된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의 대상이 되는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신규 사업에 대한 계획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