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노후자금을 은퇴시점에 맞춰 알아서 굴려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운용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의 운용 규모는 3월 말 이미 1조원을 돌파했다. 23일 기준으로는 1조62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30억5000만원 수준이던 운용규모가 1년 3개월만에 333배 급증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2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TDF 수는 총 49개로 집계됐다.
TDF는 고령화·저금리 기조에 따라 은퇴자산을 불릴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알아서 굴려주는 ‘편리함’이라는 상품의 특성이 맞아 떨어지면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TDF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들도 2016년 3곳에서 3월 말 7개로 늘었다. 다만 상위 자산운용사 3곳이 전체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등 대형사 위주의 시장이 형성됐다. 3월 말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이 전체의 46%(4624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23%, 2288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18%, 1797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의 점유율은 각각 7%, 3%에 그쳤다.
TDF는 30~50년 동안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대형 운용사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TDF 시장이 가장 큰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0년에는 피델리티가 TDF 시장의 83%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뱅가드가 TDF 시장의 34%를 운용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현재 뱅가드,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 등 3개 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 TDF 평균 수익률은 9.2%, 3년 수익률은 17.6%로 나타났다. 5년 수익률은 28%를 기록했다.
펀드 별로는 최근 1년간 ‘미래에셋 전략배분TDF2045년 혼합자산자투자신탁 종류C-I’가 수익률 16.1%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운용의 TDF가 6위까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한국투자TDF알아서2045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C-F’가 14.5%로 뒤를 이었다.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삼성한국형TDF2020증권투자신탁H[채권혼합-재간접형]’(918억원), ‘삼성한국형TDF2045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재간접형]’(857억원),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25년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 재간접형)’(654억원) 순이었다.
TDF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은 1% 후반대로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국내 2017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1.9%, 5년 환산 수익률은 2.4%로 이 수준의 수익률로는 물가상승률도 따라가기 힘들다"며 "미국의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인 위험자산 투자로 은퇴자산을 불려가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매우 낮은 수익률로 복리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자동 리밸런싱이 프로그램돼 있는 TDF로 은퇴자산 관리의 어려움을 예전보다 훨씬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면서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 타깃데이트펀드(TDF)
근로자의 은퇴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한다. 자산 축적기에는 위험자산(주식)의 비중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 자산 비중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은퇴 시점이 지나면 TDF의 위험 자산비중은 대략 30~40% 수준으로 떨어진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편입 자산 재구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