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송두리 기자

dsk@ekn.kr

송두리 기자기자 기사모음




금융개혁, 금융위가 속도내나…삼성생명 ‘압박’, 이후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23 16:17
최종구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주 지분을 정리할 것을 사실상 압박하면서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가 시가평가에 따라 초과 보유하게 되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팔 예정이었지만, 이번 발언으로 삼성전자 지분 전체를 처리할 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23일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 이후) 삼성전자주 지분 처리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금융위에서 확실한 지시가 내려온 게 없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20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와 관련해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단계적인 개선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삼성생명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가액으로 계산해 총 자산의 3% 미만이라는 이유로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장부가액인 ‘시가’로 바꿔 계산하게 되면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은 크게 증가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약 20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총 자산의 3% 이내로 제한된 주식보유 규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헙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보험업은 보유주식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는데, 이를 은행, 증권 등과 마찬가지로 시가로 평가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회에 관련법안이 발의된 만큼 금융위는 그동안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에 최 위원장 선제적 지분매각을 요구하는 작심발언을 하면서 삼성생명의 지분매각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됐다.

수장리스크로 혼란에 빠진 금감원이 금융개혁에 잠시 주춤해진 가운데, 금융위가 금융개혁에 속도를 높일지도 주목된다.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의 주체가 금융위로 옮겨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5조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복합금융그룹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했다. 이어 후임 김기식 금감원장도 외유성 출장 의혹 등을 받고 물러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금감원이 내부 조직 추스르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립적 모습을 보이던 금융위가 최근 금감원장 논란이 불거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삼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민간 금융회사들과 금융당국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견제하고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법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13일 "금융은 근본적으로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고 언급하면서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당장 수장 공백에 빠진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금융위가 주체로 나서 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정부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서민재산형성과 금융지원,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 등을 금융분야의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향후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선제적 지분매각을 지시하는 수준으로 강하게 압박한다면 삼성생명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