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스타트업의 ‘리버스 ICO‘

에너지경제 ekn@ekn.kr 2018.04.12 17:24:41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KakaoTalk_20180409_131118428

▲허범석 플릭파트너스 파트너



작년 하반기 암호화폐 투자시장은 유례없는 폭등을 거친 후, 1월 중순 크게 폭락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량이 12월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기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수익은 거두기 힘들어 보인다. 이를 틈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ICO 투자시장이다.

ICO란 ’Initial Coin Offering‘의 약자로 ’암호화폐공개‘를 뜻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가 서비스에 사용되는 암호화폐를 펀딩 목적으로 공개 판매하는 활동이다. 회사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자금을 얻고, 투자자들은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게 된다. 투자자들은 향후 거래소에 암호화폐가 상장된 후 가치가 상승할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ICO를 진행한 BOScoin은 ICO 개시 후 17시간 만에 135억 가치의 투자금을 모금했다.

ICO는 투자자들에겐 리스크가 매우 높은 투자처다. ICO를 진행하는 회사들 중 상당수가 아직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단계에 있는 신생기업이다. 사업의 성패가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호화폐의 상장 이후 가치가 폭락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업의 불확실성과 화폐가치의 불안정성은 기존의 ICO가 가진 한계점이다.

이러한 흐름에 반하여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리버스 ICO(Reverse ICO)다. 리버스 ICO란 이미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가 기존의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의 ICO가 있다. 텔레그램은 18년 3월 기준 전세계적으로 2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한 세계 9위의 메신저 서비스다. 텔레그램은 이미 수년간 검증된 서비스의 우수성과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ICO를 진행했고 총 1조 8000억이라는 사상 최대의 투자금을 모금했다. 국내의 카카오 또한 ICO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리버스 ICO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역시 이미 성장한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더 큰 신뢰를 가지고 투자할 유인이 크다.

리버스 ICO가 인기를 끌자 심지어 기존의 블록체인 개발사가 적극적으로 리버스 ICO를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에이다(ADA) 코인으로 유명한 개발사인 카르다노(Cardano)는 이머고(Emurgo)라는 내부 팀을 구성하고 이미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에이다 플랫폼을 이용해 새롭게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들 또한 리버스 ICO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드투자, 시리즈 A, B, C로 이어지는 투자 라운드를 거쳐 IPO에 이르는 수년간의 길고 긴 과정을 몇 달 안에 가로질러갈 수 있는 ICO는 그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ICO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향후 몇 년간의 개발, 운영자금 문제를 지분 희석 걱정없이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이 ICO를 추진하는 것은 몇가지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서비스에 블록체인 도입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까지의 서비스는 대부분 중앙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포기하고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 개념을 도입했을 때 구체적인 장점과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참여자들이 기여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보상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며, 어쩌면 전체적인 사업모델을 모두 바꿔야할 지도 모른다.

또 ICO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존 사업모델에 블록체인 생태계 및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암호화폐 경제모델을 구축하려면 경제모델 유효성 검증, 시세의 급격한 변동방어, 인플레이션, 악의적 참여자 대응 등 설계해야 할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백서도 출간해야 한다. 거기에 수많은 채널을 통한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활동, 전략이 필요하다.

ICO는 새로운 기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조달방식에 비해 빠르고 규제가 덜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도 ICO를 선호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있으면 20세기 말 인터넷 열풍이 생각난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그럴듯한 영어이름 뒤에 ’닷컴‘만 붙이고 상장하면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인터넷 전략팀‘, ’웹전략 사업부‘ 등 오늘날 봤을때는 조악하기 그지없는 조직들을 신설했다. 그 회사와 조직들은 지금 모두 어디 있는가. 시류에 휩싸여 ’블록체인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ICO 하자‘는 식의 얄팍한 유혹에 휩쓸리지 말고 깊은 고민과 조사를 거치고서 결정할 일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