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일 경총회관에서 ‘일본의 근로시간제도개혁 논의의 시사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노동경제연구원 제16회 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사진=경총) |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근로시간 단축 입법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에서 유럽이나 미국 방식이 아니라 일본식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수립·검토했듯 우리나라도 그 가능성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0일 경총회관에서 ‘일본의 근로시간제도개혁 논의의 시사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노동경제연구원 제16회 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일본이 근로시간 제도개혁 과정에서 논의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근로시간 단축 현황과 비교 및 분석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이승길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서 일본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무엇이 논의됐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실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일본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에 접목할 만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란 일정 수준 이상 연봉을 받는 사무직 근로자를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노동 시간과 임금 관계가 모호한 지적 및 창조적인 분야에 적용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은 현재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교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논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수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에서도 한 차례 도입이 무산된 바 있듯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를 꾸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에서 유럽도, 미국도 아닌 자국만의 방식을 검토했듯이 우리나라도 그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도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근로시간 정책과 관련해 일정시간을 제외하는 근로자, 사무직에 대한 대안을 현 시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경총) |
일본에서 관련 논의가 처음 시작된 건 1987년 노동기준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의 규제를 수정하면서부터다. 당시 근로시간 단축정책보다 근로시간 규제의 탄력화가 보다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급진전됐다. 이후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참고하는 동시에 재량성이 높은 업무에 대해 적용제외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일본식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완성됐다.
일본은 근로시간이 업무량에 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생산직과 동일한 기준에서 초과 수당을 지급하면 오히려 근로시간이 연장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처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추진했다. 지적이고 창조적인 직업(금융상품 개발, 딜링 업무,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등)과 연봉 1075만 엔(약 1억 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업종에 우선 적용하는 안이 타진됐다. 하지만 ‘잔업비 제로’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가로막혀 무산되고 말았다. 대상자가 잔업이나 야근 및 휴일 근무를 할 경우, 잔업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교수는 "아베 정권이 근로시간 관련 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통과됐을 사안이지만 개헌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며 "하지만 2013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재차 정식무대로 복귀했기에 이제 무대에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말 제2차 아배 내각 탄생과 함께 근로시간 제도개혁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근로시간 규제의 재검토에 관한 의견에서 이른바 ‘삼위일체 개혁’이라고 불리는 △건강 확보를 위한 노력 △일과 생활의 조화 촉진 △일률적인 근로시간 관리에 어울리지 않는 근로자에게 적절한 근로시간 제도 창설이란 세 가지 중요 내용이 산출되기도 했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근로시간 관련 이슈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해 기업 및 노동계에서 접근해야 할 포인트는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어떻게 전향적으로 도입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제도를 통해 기업 운영과 근로 보호가 조화롭게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일본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