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ㅣ인터뷰]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전지성 기자 jjs@ekn.kr 2018.03.14 16: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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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수출, 국가경제 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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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의 7대 수출 산업인 해운·조선·철강·화학·건설·자동차·반도체 중 대부분이 주춤하며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원전 수출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는 지난해 탈원전을 외쳤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원전 해외수출을 적극지원하고 있다. 실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말부터 쉴 새 없이 영국, 체코, 헝가리, 우크라이나, 사우디 등 국가들을 방문해 원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전 설계부터 건설능력과 경험, 인력, 부품 공급망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어 해외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 살리기와 고급 일자리 창출이 모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세계원전수명학회 회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수명 분과위원장이기도 한 황 교수는 "지난해 탈원전과 에너지전환 등으로 국민들이 관심이 높아진 현 상황을 원전 수출 산업 육성의 큰 기회"라며 학계·산업계·종교계·노동·청년·환경·여성 단체 리더들과 함께 ‘원전수출 국민행동’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4월 21일 토요일 오후 광화문에서 원전 수출 여론 조성을 위한 ‘원전수출 국민통합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원자력에 대한 이해와 원전 수출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원전 수출 육성에 앞서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트럼프는 기후변화 협약도 파기하겠다고 하는 등 세계 에너지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탈원전 논란과 미세먼지 문제 등을 통해 에너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에너지전환에 앞서 에너지원들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 사람들의 인식은 원자력은 전혀 자연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계의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따져보면, 모든 에너지가 원자력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핵융합과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태양도 끊임없이 핵융합과 분열을 반복한다. 즉,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도 결국 자연 속에 숨어있는 원자력인 것이다. 석유와 석탄은 잔존량도 적고 미세먼지와 CO2문제 때문에라도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계속 태워서는 안된다.

전세계 에너지 소비의 70%가 석유와 가스, 20%가 석탄, 원자력이 7%, 나머지는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이다. 화석 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과 원자력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신재생과 원자력의 대립이 아닌 에너지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한다. 현재 원자로를 통한 발전방식은 위험하고 나쁜 에너지가 아니라 자연산 원자력(신재생)이 부족할 때 양식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지진이 원인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쓰나미가 원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처럼, 원자력계는 지금이 원전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는 물론 지난해 화두였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국민들과 더욱 더 자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원전 수출이 침체된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주요 산업 붕괴로 인한 국가 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민과 정치인, 연구자들 모두 원전 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1년 매출 규모는 1경 5000조 원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 규모가 8000조다. 즉 일 년에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의 2배를 사들일 수 있는 거대한 규모다.

또한 세계 식량·농업 시장이 5000조 원, IT 시장이 4000조 원 가량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지만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정보화 분야에서는 미국이 누르고 있는 샌드위치 형국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여태 잘했던 산업을 인도와 중국이 그대로 따라오고 있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규모가 가장 큰 에너지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1경 5000조 원 시장의 1%만 확보해도 150조 원이다. 우리나라의 1년 원유수입액이 150 조원이다. 전체 국가수입의 3분의 1이 규모다.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0%이며 연간 수출액은 15~20조 정도다. 그 정도로 에너지 시장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원유 생산량이 줄고 있어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도 북해유전의 기름이 줄어들고 있어 다시 원전을 가동하려 한다. 무엇보다 거대 산유국들인 중동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전을 도입하려고 한다.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기름을 비싸게 팔고 전기는 원자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비전 2030’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 중동 원자력 종주국이 돼 산업화를 하겠다는 야심을 지니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다. 블루오션이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예전 조선산업처럼 반도체처럼 세계최고의 자리로 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전의 중요성은?

로봇, 인공지능(AI), 블록첵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력소모 증가는 필연적이며 이를 충당하려면 원자력 발전이 필수다. 최근 3d프린팅이나 로봇용접 등 제조기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만큼 원전도 소형화가 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에너지의 현재 6~7%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는데 소형화가 된다면 원자력 엔진을 활용한 선박, 항공, 수중 드론, 분산전원, 수소생산, 광산·해저자원 개발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원자력을 활용한 우주추진로켓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소형화가 활성화되면 제조발전 단가도 떨어질 수 있다. 우리가 이런 기회를 잘 잡으면 중동 산유국들처럼 원자력 수출대국이 될 수 있다.

△원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경쟁력은 첫째, 지속적으로 원전을 지어왔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신뢰성이 높다. 원전건설은 안전성,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신뢰성은 프로젝트 관리를 통해 정확한 비용과 시간, 인력을 가지고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느냐에 달려있다. 안전성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현재 안전기준을 평가하는 미국에서 1차 예비통과를 했고 올 상반기 중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도 통과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미 국내에 신고리 3,4호기 UAE에 95% 이상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발전소로 심사를 받기 때문에 안전성과 신뢰성 두가지의 목표를 동시에 입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수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 우리나라가 개발한 3세대 원전은 입증되지 않은 무리한 신기술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인허가에 불확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에서 한전이 우선협상자가 된 이유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경험이 없는 기술을 넣었다가 비용이 두배로 오르자 영국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인허가가 지연되고 공사기한도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검증이 된 기술만을 적용했다. 러시아도 우리와 같이 확실한 기술만 넣었지만 문제는 프로젝트 관리가 체계화 돼있지 않고 정치적 문제로 인해 신뢰성이 떨어진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는 공급망이 다 국내에 있어 가격 최적화를 할 수 있다.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미국과 프랑스는 공급망이 완벽하지 않아 여러 국가에서 입찰을 해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한전 체재 하에서 필요한 물량을 일사분란하게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경쟁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공급망이 유지되려면 수주가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주가 없어져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게 되면 우리도 경쟁력을 잃게된다. 지금 정부가 원전 수출 정책을 세운 것은 매우 현명하고 미래를 위한 부국정책이 아닐 수 없다.

△‘원전수출 국민행동’, ‘원전 수출 국민통합대회’는 어떤 조직과 행사 인가.

한 나라의 외환이 무너지고 재정이 고갈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인의 삶의 질은 단번에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 10년 전 미국의 경제 위기를 셰일가스 혁명으로 반전시킨 것처럼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원자력 수출로 돌파해야한다. 자원 빈국, 시장 소국인 한국은 지경학(地經學)적으로 수출과 개방 외엔 먹고 살 방법이 없다. 처음엔 이 정부의 국내 탈원전 정책이 야속했지만 해외 원전 수출은 지원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결의와 믿음으로 학계·산업계·종교계·노동·청년·환경·여성 단체 리더들과 함께 ‘원전수출 국민행동’이라는 시민연합군을 조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보다 원전 수출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국민행동은 4월 21일 토요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왕 앞에서 ‘원전 수출 국민통합대회’라는 문화 행사를 연다. 산업을 일으키자는 경제 한마음 운동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먹거리로 원전 수출에 국력을 모으자는 취지다.

3월 말에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한 다음에는 우리나라가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 신호가 들어올 때 과거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원전을 버릴 카드로 생각하던 우리 국민들이 원전산업 최고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평창올림픽처럼 원전산업을 세계에 알리면 원자력계도 희망을 보고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해 연이은 수출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직원들도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최근 한수원직원들의 자녀들은 학교가서 아버지가 한수원에 다닌다는 말을 못할 정도로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 이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일꾼이 돼야 한다.

또한 국민행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운명을 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대담한 제안을 준비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실행에 옮기면 그 보상으로 안전성·경제성·환경성에서 최고 수준인 한국형 원자로를 북한에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1990년대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에 참여해 미국과 러시아형을 물리치고 한국형을 관철했던 이병령 박사의 아이디어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의 원전으로 치환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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