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하는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가 대표단 단장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개회식에 참석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보좌관이 폐막식에 참석해 평창올림픽은 북한의 ‘남매 외교’와 미국의 ‘부녀외교’라는 치열한 외교전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 文대통령-이방카 만찬, 북미대화 모멘텀 될까?
무엇보다 관심은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의 상춘재 만찬이 향후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측근으로, 백악관내 실세로 통한다.
이에 따라 김여정 부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한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에게 직접적 또는 우회적으로라도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방카 보좌관이 어느 정도 수위의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여기에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서울을 찾았던 김여정 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간 북미 회담이 성사일보 직전에 무산된 상황에서 폐회식을 앞두고 이방카 고문이 방한하는 데 이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해 폐회식에서 두 사람간 조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측과 청와대가 두 사람간 별도 회동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향후 북미 접촉, 나아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14년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케네스 배 석방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 통전부장 등과 대화에 배석한 바 있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이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을 수행하고 있어 김영철 통전부장과 후커 담당관의 면담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후커 담당관은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의 상춘재 만찬에 공식 대표단은 아니지만 수행원으로서 참석할 예정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방카 보좌관보다는 한반도 전문가인 후커 담당관이 수행원으로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목"이라며 김영철 통전부장과 후커 담당관의 면담 가능성을 점쳤다.
◇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 전할까?
▲ |
이방카 보좌관이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북미 대화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는 이방카 보좌관이 북미대화를 권하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하는 수위로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연사로 참석해 ‘사상 최대의 새로운 대북 제재 패키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펜스 부통령도 22일(현지시간) 같은 회의에 참석해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 ‘악의 가족 패거리’(evil family clique)라고 맹비난한 만큼 이방카 보좌관도 반응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한국을 철강제품 ‘고율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시키면서 한미간 통상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대화가 오갈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내에선 이방카 보좌관이 직접 한미 통상 문제에 대해 언급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낮지만, 문 대통령은 물론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미국의 조치에 대한 해소를 당부하는 언급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펜스 부통령과 접견 당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해소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 이방카 보좌관에 대한 의전은…정상급 대우
이방카 보좌관에 대한 의전은 평창올림픽 계기에 방한하는 정상급 인사들과 동급으로 의전을 제공한다. 정상의 자녀에 대한 명시적 의전 기준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단장인 만큼 그에 준하는 예우를 갖추는 셈이다.
특히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이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미간 통상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의전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에 대해 "일부에서 한미 간 이견이 있거나 균열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상징적인 일"이라며 "매우 따뜻하게 정성껏 잘 대접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 일행의 만찬 장소를 경내에 최초로 지어진 한옥 건물인 상춘재로 잡은 것도 이방카 보좌관을 정상급으로 예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국빈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도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 내외와 마주앉은 바 있다.
청와대는 이방카 보좌관이 전통적인 유대인의 의식 식사법인 코셔(Kosher) 식단을 지킨다는 점을 고려해 만찬 메뉴를 한식으로 하되 갑각류, 회 등을 되도록 피해 준비했다. 메인요리는 대표단 일행에게 ‘갈비구이’가 제공되지만, 이방카 보좌관에겐 별도로 육류가 아닌 국내산 콩으로 만든 손두부를 특제 양념장에 재워 참숯불에 구운 ‘두부구이’가 테이블에 오른다.
이방카 보좌관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 차관보급인 외교부 의전장이 영접을 맡는다. 외교부의 의전기준에 따르면, 의전장은 외국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을 맡는 총리의 ‘공식 방한’(official visit)때 공항에서 영접을 한다.
또한 이방카 보좌관 일행에 대해 수행 의전관과 청와대 경호 인력이 투입된다. 숙소의 경우엔 관례대로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한 타국 정상급 인사들과 공식 수행원에게 제공하는 수준을 제공한다. 이방카 보좌관은 방한 기간 김정숙 여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