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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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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철강업체, 美 232조 직격탄 '초비상'…대책마련 '급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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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로고.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국내 중견 철강업체들이 대미 수출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고강도 철강 수입규제안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전달해서다. 수입 규제 조치가 당장 실행되진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11일까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 2분기부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 중견 강관업체에 가해질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이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마땅치 않아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업체는 국내 중견 철강사들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업체는 대미 수출용 강관 규모가 다른 제품 대비 월등히 높아 해당 업체에 가해지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355만t 수준으로, 이 중 강관 제품이 절반을 웃도는 199만 6000t(56%)을 차지한다. 컬러강판(47만 700톤), 열연강판(27만 1000톤), 후판(19만 톤)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에 강관을 주력 생산 품목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세아제강, 넥스틸, 휴스틸 등)는 이번 미국발(發) 수입규제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추가로 53%의 관세가 부과돼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53%의 관세 적용 △모든 철강제품 수입에 일률적인 24%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 등 세 가지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미국이 유정용 강관(OCTG)에 30% 가까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됐다"며 "추가 제재가 더해진다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2016년 말 기준 세아제강은 대미 수출액이 매출 대비 20% 수준에 달했다. 또 세아제강은 미국 현지에 유정용강관 생산법인을 둔 국내 유일 철강사다. 넥스틸과 휴스틸도 각각 매출에서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적게는 60%, 많게는 80%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업체는 모두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상무부 보고서 각 안에 대해서 내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돌입한 단계로, 다른 철강기업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 생산기지가 있어 유정용 강관만큼은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스틸 관계자 역시 "규제안이 확정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내부에서) 시나리오별로 미팅을 갖고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중견 철강사들에 비해 대형 철강사 ‘빅3(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과 관련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매출 비중이 5% 미만에 불과한 빅3는 직접적인 매출 영향보다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통상연구원 박사는 "미국 시장을 버릴 수도, 가져갈 수도 없어 말 그대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상황"이라며 "이를 계기로 미국에 투자를 더 할 기업이 생겨날 수 있고, 그게 여의치 않은 나라는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하기에 기업마다 다른 솔루션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외국산 철강에 대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해왔다. 철강산업 자체가 애초에 공급과잉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WTO 제소를 포함해 강경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업계 안팎에서는 앓는 소리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정혜선 무협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철강은 원래부터 공급과잉이 심했던 품목이며, (무역확장법 232조가) 정치적인 판단에서 내려졌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 "면서 "다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해질수록 미국 내 철강재 수요업체 입장에선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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