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시 세운’ 개장 6개월…갈 길 남은 ‘도시재생’

최아름 기자 car@ekn.kr 2018.02.14 08: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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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주도 도시재생 아닌 ‘지자체’ 주도의 도시계획이라는 비판
지역과 시민 잇는 활동, 3월부터 본격화할 예정

[에너지경제신문 최아름 기자] 지난 9월 세운상가는 도시재생을 통해 ‘다시 세운’으로 재탄생했다. 단순히 건물 외벽을 바꾸고 내부를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일대의 활력을 다시 살려내고자 했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개장 이후 6개월이 지나가는 지금, 서울시가 가장 공을 들였던 ‘다시 세운’은 그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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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와 청계상가를 잇는 공중보행로에서 바라본 청계상가 (사진=최아름기자)



◇ 4차산업과 기존 전자산업 융합하는 ‘다시 세운’

청계천 위를 지나갈 수 있는 공중 보행로 2곳이 생겼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실제로 걷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보행로와 연결되는 기존 상가 양 옆에 들어선 ‘메이커스큐브’ 역시 조용했다. 벽의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메이커스큐브 안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마포문화비축기지, 서울로 7017, 돈암박물관마을과 ‘다시 세운’은 다르다. 구경거리가 있는 다른 도시재생 현장과 달리 ‘다시 세운’은 볼거리보다는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의 융합에 집중하는 공간이다. 예전의 ‘세운상가’가 로켓도 만들 수 있다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부품을 판매했던 곳이라면 현재의 ‘세운상가’는 3D 프린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제조업 종사자인 ‘메이커’ 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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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삼정엘이디 대표가 LED 조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최아름기자)


◇ 주민과의 연계 없는 ‘도시계획’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의 기존 상인 중 일부는 이번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도시재생이 아닌 도시계획으로 평가한다. ‘도시재생’이 스스로 다시 만들어지는 의미를 갖고 있는 반면, 도시계획은 특정 집단이 목표에 맞춰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가깝다. 이상수 삼정엘이디 대표는 2012년부터 대림상가에서 LED 조명 사업을 해왔다.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을 모두 지켜본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의 과정이 거꾸로 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일대가 도시재생이 된다고 했을 때부터 나름대로 학회 같은 것도 찾아가면서 공부하고 많이 알아보려고 노력했는데, 그곳에서 말하는 모범적인 도시재생과 세운 상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시재생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대림상가를 잇는 통로가 생긴 이후, 기존에 있던 상가의 양 옆에 생긴 ‘메이커 큐브’와 기존 상인의 융합책이었다. 창업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메이커스큐브와 기존 상인들 간의 의견 협의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가장 마지막 단계로 미뤄져 있었다. 이 대표는 "메이커 시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주민 의견 협의체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시의 목표에 따라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도시재생과 도시계획의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기존 상인과 새롭게 유입되는 집단의 융합을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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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가와 통로를 정비하고 새롭게 들어선 메이커스큐브(왼쪽). (사진=최아름기자)



◇ 융합하는 세운의 봄은 언제쯤?

평일 오후 5시쯤 찾아간 ‘다시세운’의 메이커스큐브에는 빈 곳이 많았다. 기존 상가 건물에 새롭게 입점한 카페나 빵집 중에서도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메이커스큐브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소희 메타 운영팀장은 "첫 입점 당시 운영 시간 등에 대한 정량적인 조건은 없었지만 전기 사용량 등을 통해 운영 시간 등에 대한 기록은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5월이면 현재 메이커스큐브에 입점해있는 업체들은 처음 들어올 때 제출했던 활동평가서를 기반으로 한 심사를 받고 존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기존 주민과 창업자간의 협력 활동은 세운상가의 ‘장인’으로 불리는 마이스터와 메이커스큐브 입점 업체가 만든 ‘수리수리 협동조합’을 제외하고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메타 측은 3월부터 주말프로그램과 상설프로그램등을 통해 세운 주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다시세운’의 기존 주민과 새로운 창업자 간의 융합이 온전히 이뤄질 지 여부는 3월 이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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