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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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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활용 온배수’ 활용 연봉1억 실현 제주 농장을 가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1.23 14:54

안덕면 망고농장 운영 행복나눔영농조합 …난방비 80% 절약, 온실가스 감축 추가수익

강태욱 사무국장 "온배수 활용 확실한 성공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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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발전소 미활용 온배수(열에너지)’를 이용해 농가소득 1억원 시대를 연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이 있다. 물론 국내 최초다.

이 곳은 제주 서남쪽의 대표적 관광지인 용머리해안 위쪽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의 대표작물은 열대과일인 망고다. 행복나눔영농조합은 2010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미활용 열에너지 활용 시범농가로 지정돼 원예단지와 히트펌프 설치비를 지원받은 뒤 농장을 조성하고, 농장에서 불과 150m 떨어진 한국남부발전 남제주본부의 버려지는 온배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바다에 그냥 쏟아버리는 20~25도의 온배수를 농장으로 끌어와 히트펌프에서 45~50도로 데운 뒤 농장 바닥에 깔린 파이프를 통해 하우스 안을 따뜻하게 유지한 것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행복나눔영농조합 강태욱 사무국장은 "연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낮췄고, 유류난방을 사용할 때 보다 탄소배출을 줄여 이를 통한 인센티브로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화력발전소 온배수로 냉난방을 하는 시설원예단지를 조성할 때만 하더라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냉난방기기를 소금이 함유된 바닷물의 열로 가동한다는 것부터 새로운 시도였고, 배관을 통해 끌어온 온배수를 히트펌프를 이용해 50도까지 온도를 높이는 후속 작업도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강 사무국장은 다섯 농가와 손잡고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을 만든 후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을 받아 농업분야에서는 최초로 온배수를 활용한 시설원예단지 조성에 나섰다. 열대과일 망고는 12월부터 5월까지 섭씨 25~30도 온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다. 3305㎡(1000평) 규모로 망고농사를 지으려면 연간 5000만원의 난방비가 들어간다. 망고로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해도 난방비와 시설운영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3000∼4000만원이다.

하지만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이용하면 수입이 달라진다. 이 온배수는 무료이기 때문에 난방하는데 드는 비용은 1000만원 남짓이다. 행복나눔영농조합은 난방비로 가구당 매년 4000만원 이상을 절약해 2015년 5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3억5000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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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참여현황

◇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참여 추가수익

특히 최근에는 탄소배출을 연 1300톤 가량 줄여 추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2012년 시범 도입해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가능해 졌다.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저탄소 농업기술을 도입한 농가가 기존 영농활동 대비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 등록을 통해 배출권시장(한국거래소)에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행복나눔영농조합은 온배수를 활용해 2011년 12월부터 3년간 5308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정부 정책에 따라 톤당 1만원씩 5308만원의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를 받았다. 배출권시장에 내다 팔면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이 이를 톤당 2만원 가량에 구매한다.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미활용 열에너지를 비롯해 목재펠릿, 지열히트펌프, 바이오가스, 고효율 보온자재, 태양열, 부산물비료, 메탄저감사료 등이다. 이런 친환경 농법으로 탄소배출을 줄여 인센티브 지급을 원하는 농가는 매년 4월30일까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각종 서류를 구비해 신청하면 된다. 이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설치된 탄소배출 모니터링 측정기기를 통해 이를 산출한 다음 탄소배출을 줄인 만큼 비용으로 환산해 농가에 지급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관계자는 "2012년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시범사업을 시작해 지열히트펌프, 온배수, 목재펠릿 등을 활용한 60개 농가가 등록신청을 해 이듬해 4859톤의 탄소감축 인증을 받았다"며 "지난해에는 신청농가가 100여개로 늘었고, 탄소감축 인증도 6만1809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신청을 하려면 최근 1년간 에너지 사용량 증빙자료, 저탄소 농업기술 설비 설치내역 증빙자료, 농산물 재배기록 일지, 감축사업 수행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류를 작성하기 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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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의 미활용 온배수를 끌어와 열을 가해 하우스에 공급하는 히트펌프.

◇신재생에너지 ‘온배수’, 활용사업 무궁무진

행복나눔영농조합의 미활용 온배수 활용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자 정부는 온배수 등을 활용한 에너지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2014년 3월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에 비해 온배수 활용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온배수는 연간 약 286톤에 달하는데, 이 중 활용되는 건 0.6%에 불과하다.

강태욱 사무국장은 "국내 배출되는 발전소 온배수의 3.4%만 재활용해도 국내 모든 온실을 난방할 수 있다"며 "연간 시설원예에 소요되는 난방비 1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되고, 난방비 부담을 덜게 된 농가는 고품질 농작물 재배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또 온배수를 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인증받아 정부로부터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태안, 곡성, 당진, 하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변 발전소의 온배수를 활용한 시설원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복나눔영농조합은 망고 외에도 수익사업을 다각화해 양식장도 운영중이다. 발전소에서 나온 온배수를 먼저 양식장으로 돌리고 여기에서 나온 물을 재활용해 하우스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강 사무국장은 "제주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는 옥돔과 자바리를 키우고 있다. 발전소에서 나온 온배수는 수온이 23∼24도로 일정해 이들 어종이 자라는 데 최적의 환경"이라며 "다른 양식장에서는 옥돔을 1kg 정도 키우려면 보통 5년이 걸리는 데 우리 양식장에서는 1년이면 자란다. 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망고 역시 성장속도가 빨라 다른 하우스에서는 4월이나 돼야 출하하겠지만 우리는 다음달 중순이면 출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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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영농조합의 망고 하우스. 이 망고들은 다음달 중순이면 노랗게 익어 출하된다.

◇온배수 이용하면 일꾼 없이도 연 5000만원 수익 거뜬

강 사무국장의 온배수 활용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공학도로 에너지를 전공한 그는 제주 신라호텔 시설관리팀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전기와 냉난방을 관리했던 그는 2000년대 초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며 시설관리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시 시설관리팀은 호텔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난방에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제주 신라호텔은 국내 호텔로는 처음으로 온배수를 재활용해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이 때부터 그의 머리 속은 그냥 버려지는 온배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찼다.

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열에너지는 엄청나다. 온배수는 발전소 뿐만 아니라 공단, 산업단지, 건물 등 안나오는 곳이 없다. 하지만 소중한 에너지원인 온배수를 우리는 하수구로 흘려버린다"고 안타까워하며 "화훼나 열대작물을 키우는 농가는 연료비 부담이 엄청난 데 온배수를 활용하면 반드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확하게 설명을 해도 많은 농가가 초기 투자비를 두려워 해 선뜻 다가서지 않는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아이템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설치비를 대폭 지원해 주니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행복나눔영농조합은 사업 성공으로 인근 농가 세 곳이 영농조합에 추가로 합류했고, 조합에 합류하기를 원하는 농가가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영농조합과 별도로 강 사무국장은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해 안덕면 인근 해수욕장을 사계절 해수욕장으로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미 남부발전과 지자체 등에서 8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미활용 온배수를 활용해 청년실업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를 고민중이다.

강 사무국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사업은 에너지원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저렴하게 에너지원을 확보한 사업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며 "미활용 온배수를 활용하는 사업은 반드시 성공한다. 만약 내가 결정권이 있다면 발전소 인근이나 막대한 온배수가 나오는 주변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시설작물 농장을 조성한 뒤 취업하지 못한 열정 청년들에게 농사 짓는 법을 가르치고 각자에게 500평 정도를 내어주겠다. 청년들의 힘과 열정이라면 500평 정도는 일꾼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연 5000만원 수익은 거뜬하다"고 했다.

강 사무국장의 계산대로라면 버려지는 온배수가 나오는 곳 인근에 16만5300㎡(약 5만평) 정도의 농장을 조성하면 100명의 청년실업자를 해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100가구가 새로 생겨나고 농작물 유통과 판매 등으로 막대한 추가 부가가치가 발생하게 된다. 온배수가 나오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강 사무국장의 바람대로 미활용 열에너지가 다양한 곳에서 수익 창출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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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추가 소득을 올린 행복나눔영농조합 강태욱 사무국장이 기념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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