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내년에도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안정화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국내 정유업계의 내년도 기상은 ‘쾌청’이다. 내년에도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안정화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일 정유·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메리츠·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최근 열린 ‘2018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정제마진 강세, 유가 상승 및 안정화 등으로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예루살렘 발언 이후 중동 정세가 극도로 나빠진 것은 불안요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유통 가격 등을 뺀 이익이다. 올해 정유업계는 미국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공급감소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지난 7월 배럴당 7달러(싱가포르 복합마진 기준)를 찍은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은 8월 1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안정세를 보여 지난달까지 9달러를 유지하다 최근 8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정유업계도 이 같은 내년 전망에 수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 세계적인 신증설 규모보다 글로벌 경기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로 우호적인 정제마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최근 사우디의 원유 수출 축소 계획 발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 고조 심화, 미국 달러화 약세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경우 정유업계의 실적은 크게 뛴다. 낮은 가격에 미리 사뒀던 원유에 대한 재고평가액이 올라 영업이익이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를 줄여 장기적으로 볼 때 정유업계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줄 여지가 많다. 때문에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보다 유가가 안정적으로 흐르는 것을 바란다.
조상범 석유협회 홍보팀장은 "국내 정유업계가 2015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이후 3년 연속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이는 정제마진이 좋아졌고, 저유가 기조에 따른 석유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 연장에 합의했고, 미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인정하며 중동이 발끈하고 나서 국제유가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석유 수요가 줄기 때문에 정유업계에는 타격"이라고 했다.
중동정세가 불안하지만 글로벌 정제시설이 부족한 상황에 따른 수급요인은 우호적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석유 규모는 3300만배럴 수준이다. 중국, 인도의 자동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매년 80만~90만배럴 규모의 신규 수요가 생성되고 있다. 반면 새로 가동되는 정유설비는 내년 26만배럴(하루 기준), 2019년 44만배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공급은 계속 빠듯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제 원유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140만 배럴 증가할 전망이다. 선진국(OECD) 수요는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신흥국 수요 증가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각각 30만 배럴 전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 이응주 연구원은 "석유제품의 국제 수요가 늘면서 정유업계도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추세가 예상된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매년 새롭게 생겨나는 석유제품 수요가 원유정제 설비 증가분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이익 개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화학제품과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비정유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혁신을 이뤄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내년 시장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정유 사업의 구조적인 호황과 높아진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4분기 포함 이후 실적에서도 개선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신흥국 경기 개선에 따른 경유 중심의 마진 상승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