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골드만삭스 부스에서 금융전문가가 모니터로 시장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
이제 2주도 채 남지 않은 2018년. 내년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roup Inc)는 2018년 최고의 투자 전략으로 원자재와 원유를 꼽으며 국제유가와 상품시장 전반에 대한 낙관론을 이어갔다.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원자재와 원유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과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호재에 힘입어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제프리 쿠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본부장은 최근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요를 뒷받침하는 경제지표들이 1년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골드만은 "상품시장은 1년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산업용 금속 가격은 24% 올랐고, 원유 가격도 13% 상승했다"면서 추가 상승여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또 골드만은 OPEC의 감산 합의 연장으로 글로벌 원유재고가 내년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들어 유가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 돈줄 죄는 각국 중앙은행, 원자재 시장엔 호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원자재 시장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 등도 미 연준의 뒤를 따르고 있다. 10년 간에 돈 잔치가 끝나고 본격 긴축의 시대에 들어선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원자재 시장에 유리하다는 게 골드만의 주장이다.
통상 금리 인상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지나치게 물가가 상승할 때 단행하는데, 높은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시장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골드만은 내년 원자재 투자로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10%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견고한 원자재 수요가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골드만은 "핵심 원자재 시장의 포지티브 캐리(자금을 차입해 투자활동을 할 때 차입에 따르는 조달비용이 투자수익률보다 낮은 상황)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원자재 수요 증가율을 볼 때 이 같은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내다보면서, 향후 12개월 원자재 투자에 대한 의견 역시 ‘투자비중 확대’를 유지했다.
◇ 3년만의 원유선물 ‘백워데이션’ 진입…"내년 유가 더 오른다"
골드만은 또, 원자재 시장의 경기사이클이 이미 무르익은 후에 진입하게 되면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가령 원유시장에 이 논리를 적용해보자. 원유 선물시장이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을 나타낼 때 투자 매력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골드만은 그 이유에 대해 투자 수익률은 근본적으로 가격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투자를 위해 차입하는 자금의 금리와 수익률 간의 차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포지티브 캐리’ 전략을 지속할 때,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와 관련해 골드만은 유가 선물곡선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이 내년도 유가 강세의 주된 동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워데이션은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을 넘어선 상태를 뜻한다.
실제 지난 10월 말 WTI는 2014년 11월 20일 이후 약 3년 만에 백워데이션 현상을 나타내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선물가격은 이론적으로 현물가격에 무위험 수익률을 더해서 산출하는데, 원유 등 실물 자원은 여기에 보관비용을 추가하고 실물 보유에 따른 효용(보유편익률)을 차감한다. 수요가 우세한 경우 보유편익률이 높아져 ‘현물가격>선물가격’의 백워데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원유 선물시장의 콘탱고는 유가 약세, 백워데이션은 유가 강세와 연결된다. 브렌트 선물 시장은 이미 올초 콘탱고에서 백워데이션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이 앞으로도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 "리드타임 긴 구리가 가장 많이 오를 것"
골드만은 구체적으로 유가가 15%, 원자재는 평균 10%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원자재 시장 가운데서도 공급반응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시장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면서 구리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유 같은 경우 유가가 오르면 셰일업체들은 몇 달 만에 증산에 나설 수 있으나, 구리·아연·석탄 등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리드타임(lead time, 상품 생산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변동성을 줄여 가격 상승 가능성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수요가 늘어 상품 가격이 올라도 공급업체들이 빠르게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골드만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이 공급주기를 실질적으로 단축시키지 못했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구리가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낼 것"이라며 구리에 대한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구리 생산능력에 대한 업스트림(탐사·생산) 투자가 2014년 가격 폭락 이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공급이 타이트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지난 몇 년간의 시장 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구리 생산량이 2019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가 내년도 가장 인기 있는 투자전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비단 골드만만의 시각은 아니다. ‘제2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최고의 투자 전략으로 원자재를 꼽았다.
◇ OPEC 원유시장 균형 근접…"수년래 펀더멘털 가장 좋아"
원유시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모든 신호가 수급 균형이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OPEC은 감산 시한이 종료된 이후의 ‘연속성 전략’(continuity strategy)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OPEC과 동맹 산유국들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석유시장을 보장하도록 공급 관리를 위한 연속성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프레임워크(틀)를 설계하고 있다"며 감산 시한인 내년 말 이후로도 추가적인 협력을 위한 계획을 시사했다.
또 바르킨도 총장은 "원유 공급 과잉 규모가 5년 평균치 대비 1억3000만배럴 웃도는 수준까지 축소됐다"고도 했다. 이는 앞서 OPEC이 제시한 전망치인 1억5400만배럴을 밑도는 수치다. OPEC 이외에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이 적극적인 감산에 참여한 결과로 풀이된다.
바르킨도 총장은 "원유 시장의 펀더멘털이 최근 수년래 가장 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 회복이 산유국의 감산과 함께 유가 안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WTI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후반에서 거래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반등했다. (표=네이버 금융) |
각종 호재 속에서 유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19일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OPEC 주도 감산이 유가를 지지하는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가 5주 연속 감소했을 것이라는 예상에 유가가 상승압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30달러(0.52%) 상승한 57.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내년 2월물도 전날보다 배럴당 0.39달러(0.62%) 오른 63.80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