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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원인...‘그람음성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18 12:10

‘폐렴·패혈증 쇼크’ 가능성

▲17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 병원장(가운데)이 전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굳은 얼굴로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보건당국이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그람음성균’ 중 하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8일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전 시행한 혈액배양검사를 살펴본 결과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배양 검사가 진행 중으로 정확한 균종은 20일 이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배양검사는 혈액 내의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혈액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균을 배양해야 하므로 검사에 수일이 걸린다.

환아들이 피를 뽑은 시점은 16일 오후 3시 전후다. 의사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나자 검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명 중 1명에 대해서는 검사 지시가 없었다. 환아들은 오후 9시 32분부터 오후 10시 53분까지 1시간 21분 사이에 모두 숨을 거뒀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7일부터 즉각대응팀을 파견해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사망 환아 의무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 검체, 사망 환아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망 사고 직후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신생아 12명에 대해서는 이상증세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퇴원한 4명 중 1명은 감기증상으로 17일 입원했고, 전원한 8명 중 1명은 기력저하 상태로 파악됐다. 나머지 신생아들은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이들에 대해서도 혈액배양검사를 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감염 또는 기타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며,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균이 그람 음성균일 경우 신생아의 사망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람 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나 신생아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이 그람음성균에 속한다.

그람 음성균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병원에서 종종 발견된다. 국내 연구팀이 2012년 서울과 경기지역의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조사에서는 그람음성균이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검출됐을 정도다.

여기에다 이번에 숨진 아이들은 모두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 상태였고,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이런 세균 감염이 충분히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폐렴이나 패혈증 쇼크 등을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신생아들한테 폐렴 증상이 집단으로 발생해 사망위험을 초래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또 세균 감염으로 미숙아의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숙아의 특성상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람 음성균이 숨진 4명 중 3명의 미숙아에게서만 확인됐고, 4명이 81분 새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점을 세균 감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동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생태에서는 어떤 균종이든 세균 감염 자체가 아이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최종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명 모두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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