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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 걸리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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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대차그룹을 지목하며 ‘연내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상태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일정 수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 승계 문제 등이 맞물린 만큼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지 주목된다.

14일 재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벌 조직 개선’ 바람이 불며 롯데, 현대중공업 등이 지주사 전환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향한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순환출자가 지배권 승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순환출자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5대 그룹 면담 자리를 마련하며 현대차그룹과 대화를 나눴다.

문제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만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정몽구 회장의 지분은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 수준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현대차가 다시 기아차 지분 33.88%를, 기아차는 또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하는 순환출자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총수 일가 등이 특정 지분을 매입해버리는 작업은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보유 기아차 지분이나 기아차 보유 모비스 지분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4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순환출자 해소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 2.28%, 기아차 1.74%의 지분을 들고 있다. 개편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23.29%)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특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인수합병(M&A)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뒤, 현대모비스와 합병하거나 이들의 기아차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내부를 정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정 부회장 승계가 엮여있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가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들어 다양한 M&A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지주회사 설립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지난 4월 미국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설립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있다. 현대차가 순현금 여력이 많고 브랜드 로열티를 수취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의 반발이 가장 적다는 점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인적 분할 및 투자사 간 합병을 통해 지주사를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핵심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 소액주주 및 계열사의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3사 인적분할 및 투자회사 합병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3사의 분할·합병 시나리오의 전개는 그룹 전반의 주주환원 증대 및 자본 효율성 강화 계기라는 측면에서 3사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인 이벤트로 작용할 것이나 시나리오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시각을 내놨다.

다만 "순환출자 지분 해소만을 염두한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모비스 보유 현대차지분(20.8%) 7조 3500억 원의 처리 불가를 고려할 때 결국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모비스가 위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이며 현대모비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신증권은 "20대 국회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총수일가 상장사 사익편취 규율 대상이 현행 30%에서 20%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법이 통과될 경우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안 통과 및 발효 이전에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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