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 앞세워 LNG 육상터미널 대체
- 소규모 수입국 거래 증가 원인
- 수주 감소 조선업계 '새 수익원'
▲LNG FSRU (사진=Hoegh)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 2년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었다. 호주와 미국의 신규 수출능력이 확대되면서 세계 LNG 시장에 천연가스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LNG 시장은 이대로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붕괴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았으나, 올 들어 나타난 수급상황은 예상보다 타이트한 모습이다.
이는 한중일 등 주요 수입국이 아닌 12개국의 신규 수요에 힘입은 것으로, FSRU(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의 부상이 LNG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LNG 시장 뿐 아니다. 전례 없는 수주 절벽을 기록했던 국내 조선 3사의 실적 전망도 ‘미래 먹거리’ FSRU에 힘입어 밝아지고 있다.
◇ LNG 시장의 핫 트렌드 ‘FSRU’란?
FRSU는 LNG운반선에 특정 기능을 부가한 선박 형태의 설비로, 해상에서 영하 163도의 액체 상태 LNG를 영상 5도의 기체상태로 만드는 LNG 재기화 기능이 추가됐다.
특히, 육상 LNG 터미널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CAPEX)이 적고 공사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투자의 경제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소규모 물량 수입이나 수요의 계절적 변화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육상 터미널 대비 용량이 작아 LNG를 대규모 수입하는 국가들에 있어서는 경제성이 떨어지며, 기상 악천후 등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용선료 등에 따른 운영비용(OPEX)이 높다는 부분도 단점으로 꼽힌다.
저렴하고 빠른 FSRU는 LNG 시장 공급과잉 물량의 흡수판 역할을 하면서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컬럼비아 대학 에너지 정책 글로벌 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수입 규모가 작은 12개의 국가들이 LNG 수입을 늘리면서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을 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7년 중국과 기타 12개국 LNG 수입 증가 추세. 200일 이동 평균선. △쿠웨이트(3.6 mtpa) △UAE(2.8 mtpa) △태국(3.8 mtpa) △인도네시아(2.9 mtpa) △싱가포르(2.6 mtpa) △리투아니아(0.9 mtpa) △파키스탄(4.0 mtpa) △이집트(6.7 mtpa) △폴란드(1.2 mtpa) △요르단(3.5 mtpa) △자메이카(0.3 mtpa) △말타(0.2 mtpa)(단위=mtpa, 표=컬럼비아 대학 에너지 정책 글로벌 센터) |
이어 "FSRU는 인프라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고, 리드 타임과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FSRU를 통해 전통적인 재기화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가들이 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LNG 수입시장의 민주화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FSRU가 촉발한 변화는 세계 LNG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시장의 중심축을 한중일 등 주요 수입국에서 소규모 수입국 쪽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을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됐던 글로벌 시장의 공급과잉 분은 소규모 수입국들이 대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정반대의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세계 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LNG 시장은 140 bcm에 달하는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가스 시장은 앞으로 몇 년간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2020년대 중반에 가서는 시장의 공급과잉 물량이 수입 증가분에 의해 흡수되면서 공급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다. 2020년을 전후해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통상 ‘스윙 바이어’로 평가받는 유럽의 수입량을 보면 LNG 시장이 시장참여자들이 보는 것만큼 느슨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호주와 미국의 신규 공급물량 증가에도 유럽은 수입량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12개의 신흥국을 들었다. 몇 년간 12개의 신흥국이 LNG 수입을 늘리면서 지난해 중국과 동등한 수준까지 확대됐고 공급과잉 물량은 유럽 대신 12개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단위=bcf/d, 표=EIA/포스코경영연구원) |
LNG 시장 공급과잉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FSRU는 저유가 이후 수주 절벽에 놓인 국내 조선사들의 미래먹거리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FSRU는 한국 조선사들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영역이다. 200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FSRU는 현재 전 세계에 총 18대가 운영 중인데, 모두 한국의 조선 3사가 건조했다. 오는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FSRU 프로젝트는 총 22개, 2020년까지는 55개로 추정된다.
현재 운영 중인 선박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많은 7척, 삼성중공업이 4척, 현대중공업이 4척을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 중이거나 발주 목록에 포함된 7척도 모두 한국 조선 3사가 차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달 19일 2500억원 규모의 FSRU 수주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마루베니, 소지쯔, 페르타미나 컨소시엄과 17만㎥급 LNG-FSRU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30일 인도 업체로부터 FSRU를 수주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 FSRU 수주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도 스완 에너지 자회사인 트라이엄프 오프쇼어(Triumph Offshore)로부터 18만㎥ 규모 FSRU 1척을 수주했다.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가로 보면 FSRU 1척당 약 2억3000만달러(한화 약 2600억원)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 초 미국 LNG 회사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와 17만3400㎥급 FSRU 7척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올해 첫 수주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조선사의 올해 수주 규모를 168억 달러로 예상했다. 노무라는 "석유와 LNG 수송 컨테이너선 수요가 올 초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올해 4분기에는 해운사들의 발주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V자의 가파른 회복은 아니지만 조선업이 글로벌 경기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새 정부 들어 RG 발급 규제가 완화되는 등 여러 상황이 유리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