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형 프라이드(사진=기아자동차)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 ‘프라이드’, ‘클리오’를 내세워 펼치는 ‘해치백 진검승부’를 내년 벌이게 된다.
양사는 당초 올해 하반기 중 신모델 투입을 예고하며 물밑작업에 돌입했었지만 마케팅 전략 등을 짜는 과정에서 출시 시기가 미뤄진 것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소형 해치백인 신형 프라이드의 국내 데뷔 일정을 내년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신형 프라이드는 6년만에 풀체인지 돼 돌아온 4세대 모델로, 유럽 등에서는 올해 초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해치백의 인기가 많은 현지 특성상 기아차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는 개발 당시부터 한국·미국·유럽 디자인센터가 협업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상품성 검증은 이미 마쳤지만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의 현황을 조금 더 살피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하리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닉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기아차의 전략을 수정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스토닉은 7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6018대가 팔려나가며 선전하고 있다. 가솔린 모델이 투입될 경우 판매가 더욱 뛸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가동률과 신차 효과 중복 등을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신형 프라이드는 스토닉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이다. 1.6급 감마 GDI 엔진에 6단 수동·자동 변속기가 올라간다. 기존 모델 대비 자세를 낮추면서 폭은 넓혀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르노삼성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하게 될 클리오도 출시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결정됐다. 회사는 지난 3월 열린 ‘2017 서울모터쇼’에 전시하며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물량 확보 등을 이유로 데뷔 일정을 미뤘다.
▲르노삼성 클리오(사진=르노삼성자동차) |
클리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린 것이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을 오히려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국내로 들어올 물량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르노삼성은 QM3와 마찬가지로 클리오를 수입·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다 차량을 처음 선보이는 시기가 연말보다는 연초가 낫다는 판단에 스케줄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클리오는 지난 1990년 출시된 이후 유럽에서만 1000만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이번에 들어오는 차량은 4세대 모델의 부분변경 버전이다. 1.5급 dCi 디젤 엔진이 6단 변속기와 조화를 이루게 된다.
업계에서는 프라이드와 클리오가 투입될 경우 국내 소형차·해치백 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형차와 해치백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 등에 밀려 최근 인기가 시들해진 상태다.
대표적인 소형차인 현대차 엑센트는 지난 1~10월 판매가 5832대로 전년 동기(1만 1215대) 대비 48% 줄었다. 한국지엠 아베오 역시 올해 들어 월 평균 판매가 110여대에 그치고 있다. 해치백인 현대차 i30도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917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이드와 클리오가 전세계적으로 검증을 마친 모델인 만큼 양사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 소형차, 해치백 등이 다시 주목받으며 시장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이미 엔진 다각화가 국내에서 자리 잡은 시점에 (프라이드와 클리오의 출시를 통해) 차종의 다양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