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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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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는 탈원전, 밖에서는 원전 홍보하라는 청와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5 12:44

천근영
모순(矛盾).

세상의 어떤 창도 막아내는 방패와 어떤 창도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바로 모순이다. 한마디로 말만 되지, 말이 안되는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핵심 전력원인 원자력을 놓고 말이다.

다 알다시피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은 불안하고 위험해서 더 짓지 않겠다"며 탈원전 정책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여러 차례 못을 박았다.

국민을 대표한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더 많은 표를 던져 어쩔 수 없이 이것까지는 지으라고 했을 뿐, 탈원전 정책을 공론화한다거나 재고할 기미는 눈곱만큼도 없다. 아니 오히려 24일 산업부를 통해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 아무도 뽑지 못하게 대못까지 박았다.이런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 원자력장관회의에 특사를 파견해 우리나라가 UAE에 짓고 있는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라고 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열심히 알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 팔라는 것이다. 이미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원전 수출 특사로 정했다. 문 특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여는 회의에 참석해 70~80개국 장차관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위험해서 우리나라에는 더 짓지 않기로 한 한국형 원전’을, ‘안전하고 경제성이 높은 최고의 원전’이라고 동네방네 자랑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코미디 아닌가? 그것도 정말 재미 없는 코미디 말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작금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원전대국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만일 이런 코미디 같은 정책을 산업부 장관, 아니 국장이나 과장이 기획했어도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기가 막힌 정책’이라며 박수를 받았을까? 아마도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아 자리조차 보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좌우지간, 국가대표로 참석하는 문 특사는 수십 개국 대표로 온 장차관들을 상대로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건설 경험 등을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해야 하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걱정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통령의 지시로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이 "불안하고 위험해서 당신네는 짓지 않겠다는 원전을 왜 우리에게는 팔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말이다. 할 말이 있기나 할까?

정범진 원자력학회 부회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에서 탈원전 정책을 물은 것도 월권이지만, 이 조사에서도 탈원전을 지지한 사람이 적었다"며 "국민들 조차 지지 않는 탈원전 정책을 기를 쓰고 밀어붙이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물음표를 던졌다.

원자력학회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계는 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귀를 닫은 채 일방적으로 탈원전 일변도를 향하고 있다. 에너지 특히 원자력 정책은 단기에 일방적으로 정해서는 안된다. 감내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서다. 더구나 그 부작용의 혹독한 댓가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을 선언한 수많은 국가가 다시 원전으로 회귀한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지난 40년 동안 원자력을 중심에 두고 화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섞은 믹스 정책을 유지해온 것은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한전 조환익 사장이 23일 한전 국감에서 "5년 내에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이 많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아놓은 탈원전의 대못이 작동하는 시기가 바로 5년 이후부터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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