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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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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View] 전기차 미래, 코발트가 좌우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24 07:38


Germany Volkswagen

▲미국 콜로라도 주 레이크 우드에 위치한 한 폭스바겐 대리점에 전시된 폭스바겐 세단 차량 로고.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자동차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전기차. 전기차 시장의 미래는 코발트 공급이 핵심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세계 자동차업계를 뒤흔든 디젤 스캔들 이후 전기차로 전략을 전환한 폭스바겐이 최근 전기차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 5년분 공급 확보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폭스바겐, BMW, 테슬라 등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 과제들을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기차가 금속과 원자재 시장에 붐을 촉발하고 있다. 2017년 1월 기준 코발트, 흑연, 탄산리튬, 구리, 니켈 가격의 상승률


◇코발트 수요 2025년 11배로 급증…공급부족 기우 아냐

원자재 전문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로 인한 코발트 수요가 2020년 4배, 2025년 11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수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세계 완성차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300 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며, 7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드맥킨지의 개빈 몽고메리 금속 부문 책임자는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업계의 핵심으로 자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제 코발트 부족이 전기차 혁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는 "지나친 기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코발트는 테슬라, 닛산, 쉐보레 등에 사용되는 현세대 전기차 모델에 필수적인 금속이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코발트 가격이 80% 이상 폭등하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출시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몽고메리 책임자는 코발트 가격의 급증이 배터리 비용 절감 속도를 둔화시키거나 금속의 물리적 부족이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최소 5년간 코발트를 고정된 가격에 제공받는 장기 계약을 추진했으나, 광산업체들은 단일 기업과의 거래를 탐탁치 않아했고, 계약은 실패로 돌아갔다. 1년만에 가격이 80%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광산기업들이 단일고객과의 장기계약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광산기업 웃는데 완성차 기업은 ‘울상’

베테랑 코발트 트레이더 닉 프렌치는 "장기적으로는 코발트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 지, 코발트를 대체할 기술을 개발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서도 "중단기적으로는 명백히 상승추세를 가리키고 있고, 최소 몇 년간은 코발트 업체들이 갖고 있는 물량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완성차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널뛰기하는 가격에 맞춰 코발트 재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신제품을 무리 없이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복사본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코발트 공급선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부터 포괄적인 차원의 전략적 모델까지 모든 형태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전망이다.

문제를 보다 복잡하게 하는 것은 미래의 코발트 공급이 글렌코어, 차이나 몰리브뎀, 유라시안 리소시스 그룹(ERG) 등 소수의 광산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기업들의 코발트 자산은 100% 콩고민주공화국(DRC 이하 콩고)에 위치해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치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아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세계 코발트 시장 점유율 4분의 1에 달하는 글렌코어는 콩고 카탕가 광산에서 코발트 생산을 늘릴 계획이며, 증산을 위한 설비 개선 이후 내년에 재가동할 방침이다. 카당가 광산 재가동으로 6000톤의 물량이 추가공급되면서, 9만7000톤의 코발트가 정제 시장에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계 광산기업 ENRC의 코발트 부문 자회사인 ERG 역시 콩고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18년 말까지 1만4000톤의 코발트 물량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50만 대의 전기차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다.

그러나 투자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코발트 공급량 전망치에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며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두 가지 프로젝트 모두 독재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은 콩고에 위치해 있어, 대규모 정전이나 인프라 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니켈 배터리 등 대체 기술 개발 나서…"완성차+광산기업 결국 힘 합할 수밖에"

2000톤 이상의 코발트 재고를 보유한 캐나다계 기업 코발트 27의 안토니 밀레브스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파운드당 3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는 코발트 가격이 40∼45달러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면, 기업들이 신규 배터리 기술과 화학물질을 개발할 유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세계 자동차 금속 촉매변화장치의 3분의 1을 만드는 영국의 제련기업 존슨 매티(Johnson Matthey)는 최근 코발트 함유량이 낮은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혀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회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존슨 메티는 코발트 효율성 개선을 통해 함유량을 낮춰 전력 손실분 없이 가격경쟁력 있는 코발트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완성차 기업들 역시 양극재의 니켈 사용량을 높여 코발트 가격 급등세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향후 10년간 코발트 소비가 예상만큼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 투자은행인 리베룸 캐피탈의 아담 콜린스는 "오늘날 코발트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으로 인해, 기업들이 개발 노력을 가속화하면서 코발트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기술 개발, 공급부족 우려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밀레브스키는 광산기업들이 대형 자동차 기업들과 장기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코발트 가격이 언제까지나 상승세를 이어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코발트 생산자들은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 대형 완성차 기업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생산업체들은 보다 합리적으로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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